故 이선호씨 친구라고 밝힌 청원 작성자
"평택항 사망 사고는 전형적인 산재" 지적
"정부가 사과하고 항만 전수조사해야"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세 요구사항도 주장
"같은 이유로 사람이 계속해서 죽는데 왜 바뀌지 않는 건가요. 죽음마저 교훈이 될 수 없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는 걸까요"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故) 이선호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산업재해의 전형적인 원인들이 이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용역회사의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이물질 청소작업을 하다 약 300㎏의 개방형 컨테이너(FRC)에 깔려 숨졌다. 유가족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19일째 장례를 미루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작성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어쩔 수 없던 일이 아니었다.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며 사고 원인 5가지를 나열했다. 이 글은 청원 동의 인원이 100명을 넘겨 10일 공개됐다.
"새로운 작업 투입됐는데 안전교육도 없어"
그는 첫 번째로 ①'무리한 인원 감축'을 지적했다. "3월부터 원청 관리자가 바뀌면서 인력 통폐합이 이뤄졌고, 이씨가 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까지 추가로 맡게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2월 말까지 동식물 검역을 위한 하역 작업을 하던 이씨는 사전에 어떠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됐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신호수가 없었고 안전장비도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작업이 이뤄졌다"며 ②전반적인 안전관리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현장 증언을 근거로 ③구조물이 노후화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개방형 컨테이너 구조물은 고장 난 것이 아닌 이상 간접적인 충격, 진동에 의해 쓰러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씨가 300㎏ 쇳덩이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데도 회사는 윗선에 먼저 전화해 세 차례나 걸쳐 보고했다"며 ④미흡한 초동 대응을 짚었다. 평택항은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⑤안전관리 감독이 부실했던 정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이런 원인들은 "산재사고를 불러일으킨 전형적인 원인들 중 하나"라며 "같은 이유로 사람이 계속해서 죽는데 왜 바뀌지 않나. 죽음마저 교훈이 될 수 없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정부가 사과하고 모든 항만 전수조사해야"
그는 "이런 슬픔은 저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씨처럼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청년들을 위해,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요구한다"며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적었다.
그는 먼저 ①"원청에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가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입장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고 했다.
또 "그런 허술한 안전관리 속에서 이미 예견된 일을 이씨가 당한 것은 아닌지 알고 싶다"며 ②철처한 진상 규명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사건이 평택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③"모든 항만 노동자들이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모든 항만을 전수조사하고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일 현재 입관절차만 진행됐고 17일째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유지 중이다. 친구가 차가운 냉동고에서 얼른 나와서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제발 관심을 잊지 말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며 글을 마쳤다.
한편, 공개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후 7시 40분 기준 3만 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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