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임신중단 경험이 있는 여성 10명 중 4명은 응급피임약(사후 피임약)을 쓰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본부장은 10일 이런 내용의 ‘임신중단 경험자가 말하는 의료 접근의 장애요인과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임신 중단 경험이 있는 만 19~44세 여성 602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지방에는 임신중단 가능한 산부인과 적어
우선 응답자의 40.4%(243명)는 응급피임약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복용방법을 모르거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중 22명은 그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급피임약을 사용해봤다는 응답자의 약 10%는 ‘의료인의 거부로 처방전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임신사실 인지는 평균 임신 5.7주 차, 임신중단은 평균 7.1주 차에 이뤄졌다. 약 1.4주 만에 임신 중단을 결정하는 셈인데, 이 또한 수도권 여성은 빨랐고 읍면단위 거주 여성은 상대적으로 느렸다. 김 본부장은 “비수도권 거주자, 특히 강원?제주 거주자일수록 산부인과는 물론, 임신 중단 가능 산부인과를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신 중지에 약물 사용은 '불법'인데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은 없다. 그런데도 임신 중지 방법으로 '약물을 사용했다'는 응답은 189명(이 중 수술과 병행 64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128명은 그나마 의사 처방을 통해 약물을 구했지만 '브로커 등 국내 판매처'는 27명, '해외단체'도 33명에 이르렀다.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상당한 셈이다.
임신 중단 수술을 받은 477명 중 160명(33.5%)은 병원을 찾아 거주지역 밖 멀리까지 이동했다. 수술비용은 50만∼80만 원 선이지만, 최근 80만∼100만 원으로 올랐다. 수술 뒤 자궁천공 등 부작용을 호소한 이들은 24.8%에 이르렀다. 김 본부장은 “응급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 여성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임신 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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