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기 달하는 기원전 스키타이 거대 유적
온라인 경매서 부장품 헐값 거래돼도 방치
우크라이나 정부의 대책 없는 발굴 탓에 고대 유목민 무덤에 묻혀 있던 유물들이 도굴범에 의해 여기저기 팔려 나가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 제멋대로 파헤쳐지도록 방관할 바에는 아예 발굴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고고학적 가치가 막대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고대 봉분 유적이 훼손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명했다. 이곳에는 무려 10만기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인데, 옛 소련 시절 농사를 위한 평탄화 작업으로 형태가 변해 원래 모양을 알 수 없게 된 상태에서 다시 난개발 피해까지 입었다. 고고학계는 이곳이 기원전 7세기와 기원전 4세기 사이에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던 유목 민족 스키타이 등 고대 전사 문화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 장신구, 빗, 접시 등 방대한 양의 부장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장 큰 적은 도굴단이다. 도자기처럼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이 수도 키예프 벼룩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일이 허다하다. 값나가는 물건의 경우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이런 도굴 활동이 경찰의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고고학자협의회의 안톤 코빈피오트로프스키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등록된 고고학 유적들 중에는 이미 철거되거나 건물 등이 세워져 개인 소유로 넘어간 곳이 많다”며 “모두 문화재 보호 담당 부처의 암묵적이거나 심지어 적극적인 승인 아래 벌어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런 무관심과 방치에 고대 무덤 발굴을 완전히 금지하고 복구ㆍ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운동 진영에서 커지고 있다. 2년 전부터 관련 단체를 설립하고 무덤 복원을 시작한 올렉산드르 클리카브카는 “이런 역사는 국가 안보 문제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물론 발굴 금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적절한 발굴을 보호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고고학자는 “새로운 유적 연구 기술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고대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가 발견되고 있다”며 고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공 발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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