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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전통' 추구하는 유야호는 갓 대신 왜 머리끈을 매고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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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전통' 추구하는 유야호는 갓 대신 왜 머리끈을 매고 나올까

입력
2021.05.11 04:30
수정
2021.05.11 07: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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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놀면 뭐하니?' 속 유재석 머리끈 매듭?
tvN 드라마 '빈센조' 특급 감초 비둘기 '인자기'

'왜 유재석은 맨날 머리끈을 묶고 나오지?' '송중기 옆 비둘기는 컴퓨터그래픽(CG)이지?'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tvN 드라마 '빈센조'와 관련해 요즘 온라인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유야호(유재석)의 머리끈과 빈센조(송중기)의 비둘기는 작품 속 웬만한 연예인보다 주목받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의 머리에 전통 매듭의 끈이 묶여 있다. 오디션 전 김치로 식사를 하는 모습. MBC 제공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의 머리에 전통 매듭의 끈이 묶여 있다. 오디션 전 김치로 식사를 하는 모습. MBC 제공


김치 먹는 유야호.... '중국 문화 동북공정' 일격

유재석은 요즘 '놀면 뭐하니?'에서 보컬 그룹 'MSG워너비'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새 멤버를 뽑는 유재석은 감성과 전통을 동경하는 힙스터 캐릭터 '유야호'로 출연한다. 자신의 연예기획사를 한옥에 차린 유야호는 늘 생활한복을 입는다. 가장 즐기는 식사도 맨밥에 총각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다. 간식은 한과나 곶감 같은 전통 음식만 손댄다. 이 '조선 사내'는 부채도 태극문양만 쓰고,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도 국악 버전만 듣는다.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는 전통을 사랑하는 힙스터다. 그래서 태극문양의 부채를 즐겨 쓰고, 생활 한복만 입는다. MBC 제공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야호(유재석)는 전통을 사랑하는 힙스터다. 그래서 태극문양의 부채를 즐겨 쓰고, 생활 한복만 입는다. MBC 제공

'찐 전통'을 추구하는 유야호는 머리에 갓을 쓰지 않고 독특한 머리끈을 매고 나온다. 이유가 뭘까. 제작진에 따르면 이 머리끈은 태극선 부채에 달린 전통 매듭을 활용했다. 40년 넘게 전통 매듭 기술을 이어 온 김혜순 매듭장(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이 만들었다. '놀면 뭐하니?' 관계자는 "(환불원정대를 제작한) 지미유와 유야호의 머리가 단발로 같아 유야호의 조선 힙스터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한국전통생활매듭협회에 자문해 전통 매듭 문양의 머리끈을 소품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시도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한 반발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월 중국공산주의청년당은 이 전통 매듭이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유야호의 머리끈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중국식 소품 논란 등으로 인한 드라마 '조선구마사' 조기 폐지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작진들이 소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김치를 중국 전통음식이라 우기는 데 분노하는 시청자들과의 동류 의식을 공유해 연대감을 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의 방 선반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 인자기. 촬영에 예민해 스태프들이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의 방 선반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 인자기. 촬영에 예민해 스태프들이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tvN 방송 캡처


이탈리아 축구 선수 이름 딴 '주인 있는' 비둘기

10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 재생 1위를 달리는 '빈센조'에서 비둘기 인자기는 비중 있는 조연이다. 이탈리아 마피아들에게서 빈센조를 구한 공을 세운, 빈센조의 최측근이다. 송중기와 드라마 제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재범 작가는 이탈리아 유명 축구선수였던 필리포 인자기의 성을 따 비둘기의 이름을 지었다. 인자기가 탁월한 위치 선점으로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했듯 극중 비둘기도 적재적소에 등장해 송중기의 목숨을 구하고 웃음을 준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빈센조가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고 이탈리아가 주 배경으로 쓰여 비둘기 이름도 이탈리아 유명 인사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빈센조' 속 비둘기 인자기와 그의 단짝 빈센조(송중기). tvN 방송캡처

드라마 '빈센조' 속 비둘기 인자기와 그의 단짝 빈센조(송중기). tvN 방송캡처

인자기는 CG가 아닌 진짜 비둘기다. 특급 대우도 받았다. 송중기는 소속사를 통해 본보에 "눈에 띄도록 인자기 오른쪽 발목에 파란색 리본을 묶었다"며 "촬영 현장에서 인자기가 예민해 컨디션 맞춰주는 데 스태프들이 신경을 많이 썼고, 긴장하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드라마 출연 배우들에 따르면 박 작가는 홍콩 영화 '천녀유혼'(1987)의 팬으로, 이 작품 속 공간인 난약사를 '빈센조'의 사찰 이름으로도 활용했다. 박 작가가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황금시대를 연 우위썬(오우삼) 감독에 대한 오마주로 송중기 옆에 비둘기를 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웅본색' 등 우위썬 감독의 영화에는 비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인자기가 주목받자 온라인 쇼핑몰에선 비둘기 봉제 인형을 잇달아 내놓는 이색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빈센조' 관계자는 "인자기는 주인 있는 비둘기"라며 "촬영을 마친 뒤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귀띔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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