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형아파트 가격 상승률 전 평형대서 최고 수준
저렴한 주택 찾는 영끌족 수요 영향
전문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
서울 소형아파트의 최근 일 년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인기 평형인 중·대형아파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부족한 2030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아파트에 쏠리며 상승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소형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도 8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어 서민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9일 KB부동산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의 지난해 동월 대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모든 평형 중 가장 높은 19.23%로 집계됐다. 전년도(5.25%)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국민평형' 격인 중소형아파트(60㎡ 초과 85㎡ 이하)와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중대형 아파트(102㎡ 초과 135㎡ 이하)의 상승률은 18.37%, 15.64%에 그쳤다.
통상 면적이 넓은 아파트일수록 변동률이 큰 것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 소형아파트의 강세는 특수한 흐름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중·대형 17.90% △중형 15.99% △대형 15.34% △중소형 14.65% △소형 11.89%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소형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중·대형아파트에 3%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서울에서 패닉 바잉(공황 매수)을 이끌었던 2030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아파트에 쏠렸기 때문으로 봤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기왕이면 넓은 집에 살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하지만 서울의 중형 이상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급등해 접근이 어려워졌다"며 "자금 충당이 비교적 용이한 소형아파트에 수요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저가' 아파트로 일컬어진 소형아파트 매매가도 어느새 8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소형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억7,578만 원을 찍었다. 7억 원을 넘긴 지 6개월 만이다. 억 단위 자릿수가 6에서 7로 바뀌는 데 9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내 8억 원을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아파트의 가격까지 빠르게 뛰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빠르게 오르는 집값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민들의 패닉 바잉이 초래된 것인데, 그로 인해 발생한 과수요가 또다시 서민 아파트 가격을 높이는 안타까운 악순환인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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