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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딸 가방 나른 부모들… “기쁨이자 보람”

입력
2021.05.09 13:21
수정
2021.05.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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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인스타그램 캡처

박현경 인스타그램 캡처

어버이날 자욱한 미세먼지를 뚫고 4시간 이상 딸 골프가방을 나른 부모들이 있다. 프로골퍼 자녀들의 캐디를 맡아 대회장에 나선 이들이다.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2라운드가 열린 아일랜드CC에서 만난 박현경(21) 부친이자 캐디 박세수(52)씨는 경기 시작 전부터 싱글벙글이었다. 직전 대회인 K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 F&C KLPGA에서 딸과 함께 우승을 합작한 기운이 이곳까지 이어진 듯하다. 딸의 타이틀 방어가 확정된 뒤 “2연패다!”를 외친 팔불출 아빠로선 어버이날 선물을 미리 받은 셈이다.

프로골퍼 출신 박씨가 딸의 가방을 나른 건 올해로 7년째다. 박현경이 프로 데뷔 첫해인 2019년 잠시 다른 캐디와 호흡해봤지만, 이내 아빠를 다시 찾았단다. 대회마다 붙어 다니다 보니, 새삼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 박세수씨는 딸이 대회장으로 오는 길에 “오늘 어버이날이라네? 땡큐!” 한 마디를 건넨 게 고마웠다고 했다.

아빠한테 유독 무뚝뚝한 딸이지만, 박씨는 “말이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밝고 바른 선수로 성장해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딸과 함께 하는 건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이날 박현경은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께 앉아 있는 부모의 뒷모습을 남기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세수-박현경 부녀가 출발하던 오후 12시쯤 대회를 마친 모녀도 있다. 딸 이지현(23)의 골프가방을 나른 모친 조미선(53)씨는 “캐디를 구하기 어려워서 내가 직접 맡았다”며 웃었다. 박씨처럼 전문 캐디는 아니지만, 2019년 두 차례에 이어 올해 다시 캐디를 맡았다.

이지현(오른쪽)과 모친 조미선씨가 8일 경기 안산시 아일랜드CC에서 열린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를 마친 뒤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안산=김형준 기자

이지현(오른쪽)과 모친 조미선씨가 8일 경기 안산시 아일랜드CC에서 열린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를 마친 뒤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안산=김형준 기자

이지현을 맡던 캐디가 떠난 상황에서 찾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이지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도 경기를 보고 싶어 하셔서 캐디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바로 승낙했다"고 했다. 엄마와의 동반 라운드가 심적으로 편안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심전심 모녀다. 조씨도 “캐디로 함께 하면 딸의 심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평소에 퍼트 연습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린에서 의견을 모으는 데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 외의 상황에선 서로 관여하지 않고 “즐겁게 경기하자”고 북돋워가며 대회를 치른다고 한다. 조씨는 “가방을 카트에 싣고 끌어서 힘든 건 별로 없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경기가 잘 안 풀린 선수(딸)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되레 딸을 걱정했다.

이날 이지현은 버디 두 개에 보기 두 개를 기록, 이븐파 72타로 전날 6오버파 성적을 만회하지 못한 채 컷 탈락했다. 이지현은 “엄마 하루라도 고생 안 하시도록 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깔깔 웃었다. 어이없어 하던 조씨는 “저녁식사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횟집으로 모실 예정”이란 딸 얘기에 기분 좋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산=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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