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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음료, 헬리코박터균 제거 도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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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음료, 헬리코박터균 제거 도움 안 된다

입력
2021.05.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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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주로 생기는 위축성 위염을 방치하다간 위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10%나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주로 생기는 위축성 위염을 방치하다간 위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10%나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암 원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에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가량이 감염돼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1983년 호주 의학자 배리 마샬ㆍ로빈 워렌이 처음 균 배양에 성공하면서 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헬리코박터균이 만성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 점막에 부착돼 계속 증식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위에서 제거되지 않는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경로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보통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구강이나 분변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사람이 찌개 등을 같이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감염되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위생 개념이 자리잡기 전에 태어나고 자란 60대 이상 고령 환자에서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 감염률이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성별에 따른 큰 차이는 없고,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감염률이 높다는 보고도 없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잘되는 특정한 위험 인자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러나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위염, 위암, 기타 소화성 궤양 등이 생길 수 있다.

소화성 궤양은 속 쓰림이나 복통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위암으로 악화되면 복통ㆍ토혈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종의 한 형태인 위 말트(MALTㆍmucosa associated lymphoid tissue) 림프종도 대부분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발생하고, 이 역시 대부분 특별한 증상은 없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염증 반응을 일으켜 위장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만성위염, 소화성 궤양, 위암 등 위장관 질환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 최근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이나 전신 염증 반응을 통해 심혈관, 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은 크게 내시경 사용 여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방법은 내시경 검사 중 조직 검을 시행해 특수 염색을 통해 확인하거나 신속 요소 분해 효소 검사 등을 시행한다.

내시경을 시행하지 않는 방법은 요소 호기 검사, 혈청학적 검사, 분변 검사 등이 있다. 이중 요소 호기 검사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약제(요소)를 먹기 전후 검사용 특수 팩에 숨을 불어 넣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진단과 제균 치료 후 성공 여부를 판정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1차 치료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pump inhibitorsㆍPPI)와 두 가지 항생제(아목시실린, 클래리트로마이신)로 구성된 표준 요법을 1일 2회, 1~2주 정도 시행한다.

보통 1차 치료 약제와 2차 치료 약제가 다르다. 가능한 1차 치료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지만 최근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하면서 2차 치료 약제를 1차에서 사용하거나 새로운 항생제 조합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항생제 내성 검사를 바탕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검사가 어렵고 높은 비용이 단점이다.

항생제와 양성자 펌프 억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면 위 내 pH가 높아져 헬리코박터균 증식이 활발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이때 항생제가 가장 잘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간소화된 항생제 내성 검사를 바탕으로 헬리코박터 치료법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앞으로 국내 헬리코박터 치료법 기준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개인 위생이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 중 찌개를 같이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것 등은 개선돼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여러 가지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너무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검사를 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된다. 위장관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 등에서 헬리코박터균 양성 판정을 받으면 보통 1~2주 정도의 약물 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

김병욱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산균 음료(요구르트 등), 브로콜리, 양배추 등은 일부 위의 염증을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환자 증상을 완화해 주지만 균 치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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