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부부 마라토너, "콜라로 치면 나는 설탕, 아내는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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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꼬부부 마라토너, "콜라로 치면 나는 설탕, 아내는 탄산수"

입력
2021.05.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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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서 신미숙 부부


박병서·신미숙씨 부부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받은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제가 좋아하는 콜라로 비유하자면, 아내는 탄산수 같은 사람이에요. 어떤 취미든 아내가 함께하고 또 적극 호응해준 덕분에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어요. 코카콜라 CF에 등장하는 풍경들이 우리 부부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북 왜관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박병서(64)·신미숙(59)씨 부부는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잉꼬부부다. 별명이 '햇살부부'다. 마라톤 대회에 나타날 때마다 햇살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는 의미다. 보통 마라톤 하면 자기와의 싸움, 혹은 고독한 경쟁이지만 부부에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최고의 이벤트다.

"기다리기 지겨울 텐데, 함께 뛸까?"

마라톤에 먼저 뛰어든 것은 남편이었다. 박씨는 1999년 친구의 추천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동아마라톤에서 2,036등을 차지했다. 첫 도전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고, 이후 마라톤에 재미를 붙였다. 아내는 '운전기사'로 활약했다. 대회장까지 남편을 태우고 왔다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착한 아내였다. 2001년 즈음, 박씨가 "기다리면 지겨울 테니 같이 뛰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아내는 흔쾌히 "그럴게요" 하고 대답했다. 다음 날 당장 마라톤 옷과 마라톤화를 샀다.

박씨의 취미가 전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 순간이었다.

그의 취미는 원래 사진찍기, 코카콜라 병 수집처럼 혼자서 하는 것들이었다. 사진은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러 공모전에 출품하기만하면 나가면 상을 탔고, 2018년 BTS 에디션을 계기로 시작한 콜라병 수집은 텔레비전에 소개되었을 만큼 규모가 있다. 마라톤 역시 대부분 고독한 레이스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 아내가 아니었다면 사진과 콜라병 수집과 함께 평생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뻔했다. 아내가 마라톤을 함께한 덕분에 혼자 경기에 나서서 고독을 즐기기 마련인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 톱스타로 등극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10km에 도전했을 때, 신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지는 바람에 따라오던 구급요원이 “구급차에 타세요” 하고 권하기도 했다.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서서히 체력을 끌어올렸다. 옆에서 나란히 뛰면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도 하고, 가끔 앞서 뛰어갔다가 천천히 뛰어오는 사진도 찍어주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힘이 들 땐 손을 잡고 함께 뛰기도 하면서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함께 즐겼다.

박병서씨는 소문난 콜라병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의 가게에는 그동안 수집한 콜라병이 전시되어 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2017년에 열린 제14회 영동포도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 후 포즈를 취했다.


"제주도, 거제도 마라톤 대회 잊을 수 없어요"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전국 곳곳 뛰어다니다 보니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아내와 함께 수집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라톤 대회마다 특색있는 메달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한 것은 아내와 나눌 수 있는 추억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점이었다.

"2017년과 2018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제주트레일런)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한라산과 해변도로, 정말 절경이었죠. 모래사장을 뛰었던 거제도 마라톤 대회도 잊을 수 없구요, 계족산에서 열린 맨발 마라톤에서는 완주지점에 만들어둔 꽃길 덕분에 최고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마라톤 대회가 주춤한 뒤로는 산을 찾았다. 부부는 약 1년 6개월 동안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마라톤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강원도에 있는 명산을 오르기 위해선 새벽 4시에 출발해야 한다. 긴 시간 운전에 등산까지 지칠 만도 하지만, 함께 추억을 만든다는 생각에 허니문만큼 특별한 여행으로 여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21곳을 스탬프 투어할 나설 예정이에요. 부부가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또 실천하는 삶이 꿈만 같습니다. 36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년 전 정년퇴임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입니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아들이 결혼하면 아들 부부와 함께 이대 등산팀을 결성해보고 싶어요. 아들에게도 부부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거든요!"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채연·박은솔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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