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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건'은 왜 1주일이 지나도 궁금증 쌓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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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건'은 왜 1주일이 지나도 궁금증 쌓여갈까

입력
2021.05.08 15:00
수정
2021.05.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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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배 변호사·승재현 박사·민간수색팀장
전문가가 본 '한강 대학생 사망' 쟁점 10가지??
A씨 휴대폰·손씨 익사 여부가 스모킹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군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고,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본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의 논란과 쟁점을 정리했다. 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박성배 변호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승재현 박사, 민간수색팀 아톰 팀장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①사건의 개요는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친구 A씨를 만나러 나간다. 집 근처에 있는 서울 반포한강공원으로 향했고, A씨와 만나 술을 마셨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손씨를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3시 30분쯤 자신의 부모와 통화에서 손씨가 취해서 잠들었는데 깨울 수 없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부모와 통화를 마친 뒤 한 시간 정도 뒤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이날 오전 4시 30분쯤 반포 나들목 폐쇄회로(CC)TV에 A씨가 공원을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전 7시쯤 인근 기지국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끊겼다.

A씨와 A씨 부모는 다시 반포한강공원으로 돌아왔고, 손씨 부모에게는 오전 5시 30분쯤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의 시신은 닷새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 장소 부근에서 발견됐다.

손씨 아버지 "'신발 버렸다'는 A씨 모습 의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아들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손현씨 블로그 캡처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아들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손현씨 블로그 캡처


②손씨 아버지가 제기한 의문들

손씨 아버지는 아들 사망에 대해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A씨가 손씨 부모에게 연락한 시점이다.

승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손씨 아버지는) 친구(손씨)가 없으면 바로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라고 본다)"며 "동선상으로 (A씨가) 오전 4시 30분 집으로 가는 동영상, 다시 택시를 타고 A씨 부모님과 한강변으로 와서 (손씨 부모님이 A씨의 연락을 받고) 한강변으로 가는 과정이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A씨가 당시 신고 있던 신발을 버렸다는 말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A씨 진술에 따르면 손씨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뛰어 이를 잡다가 넘어졌고, 신발과 옷이 더러워져 신발을 버렸다고 한다"며 "(손씨 아버지는) 과연 이 장소가 신발이 더러워질 만큼, 세탁하지 않고 버릴 만큼 더러워질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손씨와 A씨의 휴대폰이 바뀐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게 유족의 생각. 승 연구위원은 "(손씨 아버지는) 오전 3시 30분에 손씨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고, 둘 다 자고 있었으니 휴대폰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며 "왜 휴대폰이 바뀌었는데 A씨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고, A씨가 왜 손씨의 휴대폰을 가졌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③A씨는 왜 '신발을 버렸다'고 했을까

손씨 아버지가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은 '신발에 뭐가 묻어 있었는지 보여달라'는 말에 A씨가 단번에 "버렸다"고 대답한 점이다.

승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오전 3시 30분 손씨가 옆에 있는 걸 알고 한 시간 뒤인 오전 4시 30분에 깼는데 손씨가 없었다면 본능적으로 친구가 어디 갔는지 전화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A씨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친구가 실종된 상황인데 아무리 옷과 신발이 더려워졌다고 해도 그걸 버리는 게 일반적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지만 친구가 실종된 상황이라면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 질문에 준비된 즉답을 하는 게 아니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어 "손씨 아버지도 친한 친구 (A씨)가 이 사건에서 (자신을) 제3자화 해 이야기를 하는지, 친구와 같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더욱 의심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새벽 2시반 이후 상황, A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친구 A씨 행동을 단정하기에 이르다


손씨 아버지가 제기한 네 가지 의혹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들이다. 특히 친구 A씨의 행적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A씨가) 무엇을 숨기기 위해 했다는 건 추측이고,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A씨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은 있지만, 그것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행동이라고 단정짓기는 아직은 (어렵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⑤오전 2시 30분 이후 상황 객관적 확인 어렵나

손씨와 A씨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오전 2시 30분쯤 두 친구가 영상 촬영을 한 시점까지다.

박 변호사는 "손씨와 A씨가 한강공원에서 만나 술을 마셨고, 노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며 "영상 촬영을 한 시점인 새벽 2시 30분까지는 그간의 행적이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지만, 그 이후 상황은 A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씨 부모가 오전 2시 30분 이후 벌어진 상황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3시간이 지난 오전 5시 30분이 돼서야 자기들에게 연락한 점이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손씨 부모 입장에선 비교적 실종 지점과 집이 가까워 곧바로 연락했으면 (손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이라며 "왜 굳이 손씨가 실종된 상황에서 뒤늦게 연락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 난무…"수사에 방해"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고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⑥손씨 휴대폰서 무엇을 봐야 하나

경찰은 휴대폰의 포렌식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분석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내용과 사진, 영상을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며 "손씨의 평소 일상과 생각,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사라진 A씨의 휴대폰 '아이폰 8 스페이스그레이'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 휴대폰을 찾기 위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는데, 한강공원 일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폰이 바뀌었다면 바뀐 경위에 대해 참고인을 통해 충분히 진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수색팀 아톰 팀장은 "A씨의 아이폰은 이 사건의 스모킹건"이라며 "휴대폰을 찾아 수사에 협조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아이폰을 발견하게 되면 처분 내지 판단에 대한 권한은 손씨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휴대폰이 찾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힘든 점은 생각했던 풀이 아니라 성인 키 남짓한 2m 정도의 아주 큰 나무 같은 풀이 많기 때문"이라며 "1차 수색에서 풀이 옆으로 뉘어져 있었는데, 위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쉽지가 않아 그걸 낫으로 베서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군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⑦현장에 제 3자가 있었다는 루머는 거짓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루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술자리에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승 연구위원은 "세 명이 같이 있었다는 건 거짓"이라며 "한 명이 술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그날 피곤해 참석하지 못했다. 그 한 명이 이야기한 건 손씨의 술버릇"이라고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같은 허위 사실은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CCTV에 세 명이 찍혔다, 누군가 기어가는 모습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허위사실이다. 승 연구위원은 "세 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3인을 특정해 수사했는데,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아이들이 밤늦게 뛰어다니는 모습이라고 경찰은 명확하게 밝혔다"며 "픽셀이 약해 누군지 확인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⑧친구 A씨 아버지에 대한 온갖 추측까지

A씨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경찰서장, 대형로펌 변호사, 특정 병원 의사란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A씨 아버지는 개인병원 의사로 밝혀졌다.

승재현 "부검서 익사 흔적 없다면 수사 속도 붙을 것"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⑨부검 결과가 실마리를 줄까

승 연구위원은 손씨 시신 부검 결과 익사 흔적 여부에 따라 피의 사실로 전환될 수 있고,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손씨가 물에 빠져 사망했는지, 죽은 상태에서 한강에 들어갔는지 아는 것인데, 익사의 흔적이 없이 물 바깥에서 사망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체가 사망한 상황에서 물 안으로 들어갔으면 피의사실로 전환할 수 있다"며 "사체 은닉이 되고 사체 유기가 돼 그때부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⑩경찰의 압수수색은 어떻게 되나

손씨 아버지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고, 압수 수색을 하지 않는 등 수사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손씨 아버지 주장과 달리 현재 범죄 사실이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손씨 아버님 말씀은 공감하나 지금 범죄가 없는 상태"라며 "손씨 사망 자체의 원인을 모르는데, 범죄가 돼야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씨 아버지는 A씨가 휴대폰을 집에 숨기지 않았을까 보시는데 합리적인 의심"이라면서도 "법치주의 관점에서 지금 범죄가 없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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