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까지 특별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입력
2021.05.07 19:00
22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어릴 때부터 평범하게 살기가 싫었다. 자기 집 차고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창업가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그렇게 성공하는 것을 꿈꿨다. 중학생 때 IQ 검사를 했을 때 135가 나왔다. 꽤 높은 수치라고 좋아했는데, 누구누구는 더 높아서 멘사에 가입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좋았던 기분이 반전되었다. ‘왜 나는 저만큼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당연히 서울대에 갈 줄 알았다. 현실은 못 갔다. 작년에는 미국 명문 MBA에 가고 싶었다. 힘들어서 준비하다가 중단했다. 나는 내가 완전히 특별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사회에서 말하는 평범함의 기준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집 있고 차 있고 결혼해서 애 낳고 직장 다니다가 은퇴하고.. 아, 첫 대목부터 쉽지 않은데.

사실 생각해보면 웃긴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고 신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에게 신이 이렇게 대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은가. “복권에 당첨되고 싶다면… 먼저 복권을 사렴.”

성공한 창업가가 꿈이라면 먼저 창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창업은커녕 타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가기도 무서웠다. 불안정한 회사에서 밥벌이를 못 할까봐 두려웠고 친구들은 잘나가는데 나는 실패할까봐 두려웠다. 결국에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 그럴듯하고 우리 엄마도 아는 대기업을 선택해서 만 5년을 근속했다. 지금은 아쉽기도 하다. 졸업 즈음에 토스나 뱅크샐러드가 막 뜨기 시작해서 선배들 중에서 초기 멤버가 된 사람도 있었다. 그때 도전을 했으면 어땠을까? 대기업에서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개국공신일 수도 있었는데.

대단한 지인이 있다.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고작 서른 초반에 국내 명문대 교수로 임용되었다. 모든걸 다 가진 것 같아서 저 사람은 인생이 꽃길이기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그 역시 비교의 감정 때문에 괴로워했다. 과감하게 창업해서 성공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이 너무 안정지향적으로 사는 것 같아 괴롭다고 했다.

북유럽에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평범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나 개인적 야심을 품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지침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기본적으로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이지만 그래도 최근 교육은 개성을 존중하고 꿈을 펼치게 도와주는 편이지 않나. 너는 특별하니 자신감을 가지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자랐는데 대놓고 평범해지라니. 세상에 이런 삶의 태도도 있구나 신선했다.

얀테의 법칙이 반드시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특별하고 잘나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불행하다면 그 감정은 제어하고 싶다. 스타트업 하던 선배가 있는데 이제 회사가 어려워 지분을 정리하고 나오려고 한다. 내가 못 간 길을 가는 것이 참 좋아보였는데 본인에게는 불안한 길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완전한 꽃길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도, 비교하는 마음도, ‘그때 ~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버리고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므로.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