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황이선 대표·여온 연출가 인터뷰
"팬데믹 전에도 연극계는 공연의 영상화 작업에 대해 고민해 왔어요. 화면 속 공연은 공연장의 대안이 될지언정, 대체재가 될 수는 없어요. '랜선(온라인)' 공연의 경우 그 자체가 하나의 새 장르로 자리 잡을 겁니다."
코로나19로 공연 예술의 영상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공연장이 폐쇄된 상황에서는 온라인 공연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방역 시스템이 개선돼 공연이 정상적으로 열리는 지금도 비대면 공연은 제작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무대 공연을 화면으로 옮기는 시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 대표는 "공연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제작비를 지원받는 사업의 심사에서 영상 자료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다"며 "작품을 기록물로 남기거나 추가 유통을 위해서라도 영상화 작업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극단 소속 여온 연출가도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는 일은 여러 가지 번거로움이 따르는 일인데, 온라인 공연의 편리성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라고 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공연만이 갖는 강점도 존속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황 대표는 "공연장에서는 배우의 컨디션 등 이유로 연기가 좋지 못하면 관객이 실망하는 사례가 더러 있지만, 영상 공연은 여러 차례 촬영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물만 편집해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비해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적었던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서나마 문화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여 연출은 "공연을 촬영해서 영상으로 옮기면 관객은 자연스레 카메라의 시점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면서 "넓게 펼쳐진 무대를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연극 고유의 특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공연장에서는 극이 끝나고 관객이 돌아가는 모습만 봐도 그날 작품에 대한 평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언의 소통이 가능한 반면 온라인에서는 제한되기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관객 선호도를 고려하면 온라인 공연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편인데, 제작 방식에 따라 오프라인 공연을 올릴 때와 비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현실도 한계로 지목된다.
이들도 새로운 흐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여 연출은 지난해 10월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왕중왕'을 마포문화재단과 함께 지난 7일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공개했다.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을 촬영해서 중계하지 않고, 영상 문법에 맞는 카메라 앵글 등을 사용해 새로 제작했다. 황 대표는 14일 '차마, 차가워질 수 없는 온도'라는 작품을 온라인에서 공개한 뒤, 7월에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다시 올린다. 이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작품에 담으려는 메시지는 같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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