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호 변호사가 꼽은 남동구 살인사건 주목할 점
"계획적이라면 사체 사후 처리까지 염두에 뒀을 것"
"남매 사이에 존재했던 갈등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 지난달 21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농수로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같은 달 29일 유력 용의자로 인천 남동구에서 함께 살던 남동생을 경북 안동의 부모님 집에서 검거했다.
동생은 4개월 동안 생전 누나가 사용하던 유심칩을 이용해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을 도용, 누나가 가출한 척 카카오톡 대화를 조작했다. 부모는 그의 말을 믿고 실종신고도 취소했다.
누나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장례를 치를 때도 직접 영정사진을 들었다. 그는 '가족이 실종신고를 안 했다'는 오보에 "법적 조치하겠다"며 언론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그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누나의 시신이 발견됐고, 경찰이 누나의 예금 중 일부가 동생 계좌로 이체된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누나와 성격이 안 맞고 평소 생활 태도와 관련해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말 퇴근 후 늦게 귀가했는데 누나가 잔소리를 해 화가 나 죽였다. 그는 누나의 사체를 아파트 옥상에 숨겼다가 열흘 뒤 여행용 가방에 넣어 렌터카에 실은 뒤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했다.
누나를 찌른 횟수는 25회. 그는 "그렇게 심하게 찌른 줄 몰랐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경찰은 정황상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도 커"
인천 남동구 살인사건은 우발적 범행일까 계획적 살인일까? 6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우발적 살인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세 가지다. ①우발적이라고 하기엔 25번이나 찌른 상황과 맞지 않고 ②살해 후 유기나 은폐가 치밀했으며 ③누나의 계좌에 있던 현금을 이체했다는 것이다. 즉, 경찰은 금전 목적의 살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손 변호사는 "우발적인가, 계획적인가는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흉기로 살해했고, 계획범이라면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계획적이라면 사체를 열흘 동안 옥상에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계획범죄의 경우 처음부터 사후 처리까지 염두에 두고 범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이왕 이렇게 됐으니 돈이라도 쓰자'라고 범행 이후 돈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고, 격정 상태에 빠져서 수차례 찌른 것일 수도 있다"며 "실제 남매 사이에 갈등 요소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남동구 살인사건이 가리키는 세 포인트
손 변호사는 인천 남동구 살인사건에서 살펴볼 포인트는 ①'SNS를 믿지 말라' ②'평범한 사람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③'범인은 계속 불안했다'의 세 가지라고 했다.
'SNS를 믿지 말라'는 것은 동생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손 변호사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대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SNS로 인물을 사칭하는 범죄까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손 변호사는 또한 "동생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도 돈, 질투, 애정, 순간적 분노 등 여러 배경에 의해 살인을 할 수 있다"고 두 번째 포인트를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생은 계속 '강화 석모도'를 검색했다"며 "만약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불안함이나 두려움의 감옥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부모가 가해자의 부모이기도 하고 피해자의 부모이기도 한 가슴 아픈 사건"이라며 "부모의 입장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동생은 기본적으로 중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