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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한강 대학생 사망… 범죄 의심할 만? 섣부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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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한강 대학생 사망… 범죄 의심할 만? 섣부른 판단?

입력
2021.05.06 18: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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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가 장례를 마치고 영면에 들었지만 사인을 둘러싼 의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손씨가 실종될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가 이번 비극에 모종의 역할을 했을 거라는 유족의 의심이 계속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프로파일러와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은 유족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라는 판단과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다만 경찰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수사를 통해 밝혀낼 때까지 사안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버린 신발, 바뀐 휴대폰… 아버지는 의심스럽다

손씨 아버지에 따르면, 손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 A씨는 손씨와 함께 한강 둔치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다 손씨가 일어나지 않자 오전 3시 30분쯤 자신의 휴대폰으로 부모에게 전화해 사실을 전한 뒤 다시 잠이 들었다. 4시 30분쯤 다시 일어나 손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챙긴 뒤 귀가했다. A씨 가족들은 오전 5시쯤 한강에 나와 손씨를 찾다가 오전 5시 30분쯤 손씨 가족에게 실종 사실을 알렸다.

손씨 아버지가 A씨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부분은 △112나 119에 실종 신고 없이 부모와 함께 손씨를 찾으러 간 점 △당일 신었던 신발을 버린 점 △자신의 휴대폰은 잃어버리고 손씨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이다. 특히 A씨가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손씨 가족에게 "정민이가 넘어져 일으키느라 신발이 더러워졌다"고 했고,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자 즉각 "버렸다"고 답한 대목이 유족의 큰 의심을 사고 있다.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전문가 중 일부는 손씨 아버지가 제기한 의혹들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친구 A씨가 △한강 둔치에서 잠든 손씨의 상황을 손씨 부모가 아닌 자기 부모에게 알렸다는 점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사라진 손씨를 찾아 나선 점 △수색한 지 한참 뒤에야 손씨 부모에게 알린 점 등을 의문점으로 들었다. 오 교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식선에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며 "특히 자신의 부모에게 통화를 한 것은 (그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부모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행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학생 손정민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익명을 요청한 한 프로파일러는 "이번 일은 단순히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면서 A씨가 넘어진 손씨를 일으키느라 신발이 더러워져 버렸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A씨가 손씨와 접촉이 있던 과정에서 위험에 빠진 그를 못 구했다거나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수 있다"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A씨가 수습을 위해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 조언을 받았을 것"이라며 "손씨 아버지의 의심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명확한 증거 없어… 신중해야"

손정민씨의 사인을 밝혀 달라는 국민청원에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손정민씨의 사인을 밝혀 달라는 국민청원에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반면 손씨의 실종과 사망 경위를 밝힐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유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항상 이유를 찾으려 하고,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전문가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했다.

또 손씨 시신의 왼쪽 귀 뒷부분에서 발견된 상처와 빰 근육의 파열을 두고 공격 흔적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밀 감식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호 전북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상처가 생긴 원인이) 조류 때문일 수도, 민물에 있는 여러 돌출 부위 때문일 수도, 인양하면서 생긴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생전 손상인지 사후 손괴인지 정밀 감정이 필요하다"며 "표류 시체는 법의학적 해석을 저해하는 간섭 현상이 심해 판독이 어려운 편"이라고 지적했다.

손씨의 법의학적 사인은 부검 결과가 나올 예정인 이달 중순쯤에나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일 시신의 귀 뒷부분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라는 1차 구두 소견을 밝혔다.

오지혜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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