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나 팔꿈치 인사도 없이 20분간 회담서?
정, 과거사 해결에 日 올바른 역사인식 강조
모테기, 韓측 오염수 국제 공조 모색에 우려
북핵 공조·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는 일치
과거사 문제로 냉랭했던 한일 외교수장이 드디어 만났다. 2020년 2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련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한일 양자회담을 연이어 가졌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이 3개월째 모테기 장관과 전화통화조차 못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최대 현안인 과거사 등에서 이견 차만 확인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발표를 종합하면, 정 장관과 모테기 장관은 이날 런던 시내의 한 호텔에서 20분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정 장관은 회담 직후 "좋은 대화를 했다"며 "어젯밤에도 모테기 외무장관과 오래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자회담 일정은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전까지 확정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이번에도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 터였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보여주듯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두 장관은 경직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고, 회담장에서 악수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악수 대신 하는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
20분 정도의 회담에서 두 장관은 오랫동안 교류가 없던 만큼 북핵 공조는 물론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갑작스럽게 성사된 회담인지라 갈등 현안 해결보다 현안에 대한 양국 입장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민감한 현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과거사 문제를 두고는 평행선을 달렸다. 정 장관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또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테기 장관은 원전 오염수를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라는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면서 향후 (한국이 요구하는)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취지를 전했다. 특히 한국 정부의 대외 발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 눈에 띄었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모색하고 있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 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모테기 장관은 위안부 소송과 관련해 한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했고,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선 자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에 "일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일 및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소통해온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외무성도 북한에 대한 대응과 지역 안정에서 한일 및 한미일 3국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무성 발표에서는 외교부가 밝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향후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고 외교 당국 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이 여러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며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고 양국 간 의사 소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갈등으로 한일 외교장관 사이엔 소통이 없었다. 지난 3월 정 장관이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이해 위로 서한을 보냈고 모테기 장관이 답신을 보낸 게 전부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