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전세계의 다양한 스포츠카 및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고성능 SUV’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오죽하면 이탈리안 슈퍼카의 아이콘이자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페라리마저도 브랜드 역사 최초의 SUV, ‘프로산게(Purosangue)’를 준비 중에 있다.
이러한 흐름의 제임스 본드의 파트너이자 고고한 자존심으로 그려진 영국의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에게도 이어지게 되었으며 애스턴 마틴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고성능 SUV, ‘애스턴 마틴 DBX’를 선보였다.
퍼포먼스 SUV 시장에 새롭게 데뷔한 신입, 애스턴 마틴 DBX는 어떤 매력을 제시할까?
시승을 위해 준비된 애스턴 마틴 DBX는 애스턴 마틴 특유의 스포츠카가 제시하는 유려함과 우아함 속에서 기대 이상의 체격을 과시했다.
실제 애스턴 마틴 DBX는 5,039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각각 2,050mm 및 1,680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춰 대담하면서도 유려한, 그리고 큼직한 SUV의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3,060mm의 휠베이스를 갖춰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 역시 한껏 강조한다. 참고로 트윈터보를 품은 V8 엔진, 그리고 4WD 시스템이 더해진 탓에 공차중량은 2,245kg으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완성도 높게 빚는 애스턴 마틴의 SUV
애스턴 마틴 DBX는 마주하는 순간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브랜드의 혈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애스턴 마틴 특유의 대담하면서도 마치 건방질 정도로 느껴지는 특유의 도도함이 SUV라는 그릇 위에 효과적으로 자리한다.
특히 애스턴 마틴의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역량을 그 어떤 차량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 차량이라 생각되었다. 전면 디자인은 물론 각 부분의 구성과 세세한 연출에 이르기까지 SUV의 형태보다는 ‘애스턴 마틴’이라는 브랜드에 더욱 집중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단연 전면 디자인, 특유의 프론트 그릴과 날렵하면서도 유려하게 그려진 보닛 라인, 그리고 타원형의 헤드라이트 유닛이 조화를 이루며 여느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들과의 공통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클래딩 가드를 두껍게 두르거나 금속 및 플라스틱 패널 등을 덧대 SUV의 감성을 제시하기 보다는 확장된 스타일의 바디킷 및 독특한 라이팅 유닛을 더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SUV의 이미지를 연출해 만족감을 높였다.
1,680mm의 전고는 일반적인 프리미엄, 퍼포먼스 SUV로 충분한 수치지만 막상 마주하면 더욱 낮게 느껴진다. 그만큼 애스턴 마틴 DBX는 역동적이고 세련된 실루엣으로 무장했으며, 측면은 디테일은 여느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담함이 드러난다. 참고로 네 바퀴에는 입체적인 22인치 휠과 고성능 타이어가 조합된다.
전면과 측면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제시할 만큼 후면 역시 브랜드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제시한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그 위에 자리한 브랜드 엠블럼을 깔끔히 배치하면서도 이와 대비될 수 있는 대담하고 노골적인 머플러 팁, 리어 디퓨저 그리고 바디킷의 조합으로 ‘고성능 SUV’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고급스럽게, 그리고 기술적으로 다듬은 공간
SUV 개발 경험이 없었던 만큼 애스턴 마틴 SUV의 공간 구성 및 연출을 마주하기 전 많은 기대, 그리고 또 그보다 큰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으레 처음 하는 일이 언제나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는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곧바로 사라졌다. 애스턴 마틴 DBX의 실내 공간은 SUV의 구조적 특성 및 소비자 기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감성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렌지 빛 가죽과 밀키 브라운 컬러의 가죽 소재를 절묘하게 조합한 것은 물론이고 애스턴 마틴 특유의 센터페시아 구성, 그리고 계기판이나 스티어링 휠 등의 구성 역시 모두 만족스러웠다. 센터 터널 역시 너무 많은 버튼이 밀집되어 있는 것 빼고는 ‘차량의 성격’ 그리고 기능의 활용 등에 이성서도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실제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큼직하고 깔끔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이나 라디오, 블루투스 연결 등의 조작이나 기능 파악의 수월함을 제시했고, 그 완성도도 우수했다. 이와 함께 드라이빙 모드 변경이나 차량에 관련된 설정을 조작하고, 차량 상태를 파악하는 등에 있어서도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라 그 만족감이 더욱 높였다.
참고로 사운드 시스템은 애스턴 마틴의 OEM 사양으로 마련되었다. 애스턴 마틴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800W 출력의 14개 스피커를 조합해 풍부하면서도 입체적인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흔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브랜드 첫 SUV를 개발함에 있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형태만 SUV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스턴 마틴 DBX는 브랜드가 처음 만든 SUV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SUV의 구조적인 특성이나, 기대에 적절하게 대응한다.
실제 1열 공간은 스포츠카 브랜드 특유의 안정적인 포지션을 제공하면서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춘 시트를 마련했다. 여기에 레그룸이나 헤드룸도 넉넉히 마련해 체격이 큰 탑승자도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누리게 했다.
2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2열 시트가 조금 서 있는 듯한 구성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2열 시트가 탑승자를 반기며 레그룸과 헤드룸도 충분했다. 게다가 개방감을 높이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제공하며, 탑승 공간과 적재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리해 공간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한편 애스턴 마틴은 적재 공간에도 준수한 모습이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 아래에는 632L의 적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이러한 공간이 억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너무나 깔끔하고 사용하기 좋게 다듬어져 있어 그 만족감을 높인다. 또한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40:20:40 비율로 분할 폴딩이 가능해 더욱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역시 어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매력적인 패키지로 무장한 애스턴 마틴 DBX
브랜드 최초의 SUV지만 애스턴 마틴 DBX의 파워트레인에 대해서는 큰 우려는 없다.
메르세데스-AMG가 제작한 V8 4.0L 트윈터보 엔진은 550마력과 71.4kg.m의 토크를 보장하며 강렬한 사운드의 기반이 된다. 여기에 9G-트로닉 자동변속기, 4WD 시스템이 조합되어 차량의 ‘격’에 맞는 운동 성능을 제시한다.
실제 이러한 구성을 통해 애스턴 마틴 DBX는 정지 상태에서 단 4.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고 속도 역시 291km/h에 이르며 ‘슈퍼 SUV’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6.9km/L로 ‘설득력’을 갖췄다.
부족함 없이 가득 채운 애스턴 마틴의 기대주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기 위해 애스턴 마틴 DBX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고급스럽게, 그리고 더욱 화려하게 연출된 공간이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손에 닿는 요소들이 얼마나 완성도 있게 제작되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에 시동과 함께 강렬한 사운드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비슷한 퍼포먼스를 가진 차량들과 비교를 하자면 조금은 차분하게 느껴져 ‘애스턴 마틴의 성격’을 느끼게 한다. 참고로 진동 역시 나름대로 억제는 하지만 캐빈 플로어의 두툼한 매트를 뚫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차량의 성능은 충분한 만큼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순간 풍부한 성능을 기대 했으나 막상 유순한 움직임에 놀랐다. 이는 기본 드라이빙 모드인 GT 모드에서는 말 그대로 ‘강력한 출력’을 편하게 연출한 덕이다. 덕분에 그 누구라도 애스턴 마틴 DBX의 출력을 조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포츠, 그리고 제어 시스템의 개입을 줄이는 스포츠+까지 드라이빙 모드를 변경한다면 애스턴 마틴 DBX는 말 그대로 출력을 앞세워 날뛰는 모습이다.
실제 스포츠+ 모드에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인 출력 전개, 강렬하고 풍부한 사운드, 그리고 발진가속부터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주행까지 거리낌 없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애스턴 마틴의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다.
직접적인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어느새 풍성해진 하이엔드 퍼포먼스-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특성이라 한다면 발진가속 성능이나 추월 가속 성능은 상당히 탁월한 편이지만 고속 주행을 지난 초고속 주행 영역까지 이르게 되면 살짝 그 페이스가 더딘 모습이다.
550마력의 심장과 합을 이루는 9G-트로닉 자동 변속기는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셋업부터 대담하고 강렬한 스타일까지 모두 아우르는 모습이라 주행을 하는 내내 변속기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다. 여기에 큼직한 패들 시프트 역시 만족감을 높인다.
대신 기본적인 변속기 성격자체가 극단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쾌적한 GT 성향이 있다. 따라서 일부 상황에서 변속 조작에 대한 대응이나 변속 체결의 정도가 조금 너그러운 스타일로 다듬어진 것을 느끼게 된다. 덧붙여 좌우대칭의 센터페시아 구조라 체격이 작은 경우 버튼 조작이 어려울 것 같았다.
애스턴 마틴 DBX와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가 선보이는 SUV들은 기본적으로 성능을 과시하는 것에 그 무게를 두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SUV에게 기대하는 실용적이고 편안 주행에서는 다소 헤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애스턴 마틴 DBX는 브랜드의 첫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매력을 제시했다. 실제 DBX는 드라이빙 모드를 GT로만 설정한다면 일상을 위한 차량으로 사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 감각이나 조향에 대한 차량의 반응 등, 차량 움직임 전반에 ‘출력에 대한 부담’ 혹은 차량을 다룸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고성능 차량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스티어링 휠을 맡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강렬한 퍼포먼스를 구현함에 있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드라이빙 모드 변환과 동시에 강렬한 출력 전개에 맞춰 한층 직관적이고 날카로운 반응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반응과 함께 서스펜션의 기본적인 성격, 대응 시 질감 역시 한층 탄탄하게 반응하여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한층 높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애스턴 마틴 DBX는 일상적인 도심 속 주행과 패밀리카의 성격은 물론이고 언제든 운전자의 열정을 대응할 수 있는 올라운더의 가치를 품고 있음을 느꼈다. 나아가 트랙 주행 역시 기대되는 모습이었다.
한편 시승을 하며 애스턴 마틴 DBX과 함께 자유로를 달리며 그 효율성을 확인해보았다.
DBX의 트립 컴퓨터를 기준, 총 35분의 시간 동안 평균 86km/h의 속도로 50km의 거리를 달린 결과 10.9km/L라는 구간 평균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인 연비(복합 기준) 6.9km/L, 그리고 차량의 체격이나 출력 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생각되었다.
좋은점: 대담한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공간,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
아쉬운점: 다소 빈약한 브랜드 인식
화려한 스펙과 경험을 자랑하는 신입, 애스턴 마틴 DBX
새로운 시도는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 DBX는 새로운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예시라 해도 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시했다. 마치 여러 기업들의 모집 요강에서나 볼 수 있는 ‘슈퍼 신입’, 그러니까 신입인데 경력도 있고, 스펙도 좋은 그런 존재처럼 말이다.
그러니 높은 분들은 슈퍼 신입을 우리의 청년들에서 찾지 않고 애스턴 마틴 DBX로 만족하길 바란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애스턴마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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