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 청문회'...장관 후보자들 사과할 때마다 文정부 위신 떨어졌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죄송 청문회'...장관 후보자들 사과할 때마다 文정부 위신 떨어졌다

입력
2021.05.05 04:30
0 0

장관 후보자마다 "도덕성 의혹 죄송"
野 "靑 인사 검증 시스템 붕괴 아닌가"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4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죄송 청문회'였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한 4명의 장관 후보자가 저마다 도덕성 하자를 사과하는 것으로 청문회를 시작해 스스로 위신을 떨궜다.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에 걸리는 의혹들이 청문회장마다 쏟아졌고, 후보자들은 “송구하다” “사려 깊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치명적 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을 마무리할 내각이 내상을 입고 출범하게 된 것이다.

관사 재테크, 나랏돈 가족 외유, 밀수…"죄송" "송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사려 깊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부터 했다. 그는 2011년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를 통해 세종시 아파트를 2억7,000여 만 원에 분양받은 뒤 관사 등에서 살다가 2017년 5억 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 1,100여 만 원과 지방세 100여 만 원을 전액 면제받고, 2년간 매달 20만 원씩 세종시 이주 지원비도 받았다. 노 후보자는 2003년 자녀들의 ‘강남 학군’ 배정을 위한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한다”고 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배우한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매입하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2,000만 원가량 탈세했다는 의혹에 대해 “면밀히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화여대 교수 시절인 2016~2020년 총 4,316만 원의 국비 지원을 받아 미국 하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으로 출장을 가면서 배우자와 자녀들을 수차례 동반한 데 대해서도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3일 오후 경기 고양시의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찻잔 등 도자기들이 진열돼 있다. 박 후보자 부인은 영국 현지에서 사들인 찻잔 등 대량의 도자기 장식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반입해 판매한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밀수’ 의혹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주영국 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배우자가 수천만 원대 유럽산 도자기를 ‘외교관 이삿짐’으로 부쳐 관세 납부를 피했고, 이후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도자기를 판매했다. 박 후보자는 “(관세 회피 논란에 대해선) 세관 당국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들의 생명보험금을 대납하는 형태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송구하게 생각한다. 추가 세금을 납부했다”고 했다.

선거 참패 후 개각인데 의혹 ‘봇물’…“靑 검증시스템 붕괴됐나”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 및 5개 부처 장관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4ㆍ7 재보선 참패 직후인 지난달 16일 5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5명 모두 관료ㆍ전문가 출신이었다.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악재’가 돌출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권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장관 인사 기준으로 제시한 ‘7대 배제 원칙(병역기피ㆍ불법 재산증식ㆍ세금탈루ㆍ위장전입ㆍ논문표절ㆍ성범죄ㆍ음주운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사 검증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인사들이 지명됐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의혹을 몰랐다면 '검증 실패'이고, 알고도 지명했다면 '도덕성 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붕괴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임혜숙ㆍ노형욱ㆍ박준영 후보자 3명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정했다.

해외출장 때 가족동반은 '관행'이라는 與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대근 기자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철통 엄호’에 나섰다. 윤영찬 의원은 임혜숙 후보자의 ‘가족 출장’ 의혹에 대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동반 출장 문화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노형욱 후보자의 ‘관사 재테크’ 의혹에 대해 “21대 국회 들어서야 주택법이 개정되며 ‘관테크’ 방지가 실시됐다”며 국회와 행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조오섭 의원은 노 후보자가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공급받고(2011년) 소유권을 취득한 것(2016년)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감쌌다.

박준석 기자
이에스더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