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 최우선이다. 부동산ㆍ백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메시지는 이같이 요약된다. 검찰ㆍ언론ㆍ국회 개혁을 앞세웠던 친문재인계 지도부와 달리, 국민 삶과 직결되는 현안 해결을 먼저하겠다는 뜻이다. '실사구시'가 송 대표의 모토인 셈이다.
“부동산ㆍ백신 해결” 온종일 되뇌이고
당대표 취임 이틀째인 4일 송 대표는 종일 '부동산ㆍ백신 문제 해결'을 되뇌였다. 일정도 '오전 백신 정책 검토→오후 부동산 정책 검토'로 단순화했다. 오전 정부로부터 백신 수급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새 지도부가 가장 역점을 둔 현안은 부동산ㆍ백신 문제"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3일에도 "집권여당으로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해 부동산ㆍ백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정책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는 “이번만큼은 부동산 대책의 미흡한 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고 독려했다. 청와대가 주도해온 부동산ㆍ백신 대책에 한계가 나타났으니, 당에서 직접 살피겠다는 취지였다. "당이 중심이 돼 정책을 주도하자"가 송 대표 취임 일성이기도 했다.
당내 부동산 특별위원회도 전면 개편했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라는 발언으로 부동산 실수요자의 반발을 산 진선미 특위 위원장부터 전격 교체했다. 민주당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 의원의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시각이 많다. 후임 부동산 특위 위원장에는 유동수 의원이 유력하다. 송 대표와 가까우면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로, ‘송영길표’ 부동산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다.
송 대표의 행보는 과거 '친문 지도부'와 비교하면 파격에 가깝다. 전임 당대표들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과 광주 5ㆍ18 민주묘지 참배를 첫 일정으로 잡았지만, 송 대표는 '부동산·백신 먼저'라는 결정에 따라 5일로 미뤘다. 송 대표는 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ㆍ김영삼ㆍ박정희ㆍ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더해 민주당 당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 군인 묘역을 찾았다. 안보를 중시하는 중도층까지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검찰ㆍ언론 개혁은 언급 전무
송 대표는 4일 검찰ㆍ언론 개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언론과 검찰 개혁 문제는 당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토의하겠다”고 거리 두기를 한 후 ‘무대응’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6월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는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로 채워졌다. 당 사무총장에는 정책통으로 친문계와 거리가 있는 윤관석(3선ㆍ인천남동을) 의원이 선임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에 발탁된 김영호(재선ㆍ서울 서대문구을), 수석대변인에 인선된 고용진(재선ㆍ서울 노원갑) 의원 역시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개혁을 중시하는 친문계에선 다소 아쉬워할 수 있지만 민생 문제 해결 없이는 대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라며 "당분간 부동산ㆍ백신 딱 두 가지 문제 해결에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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