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유아용품 제조업체들에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가 영유아 제품을 '여아는 분홍색, 남아는 파란색' 식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영유아 제품 생산·유통업체 8곳을 대상으로 제기한 진정을 각하하되 이들 업체에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진정 제기 당시 "영아용 젖꼭지부터 영유아복, 칫솔·치약, 연필 등 문구류, 완구류까지 성차별적인 성별 구분 때문에 아이들이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하란 진정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사건을 조사·검토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결정으로, 인권위는 해당 진정이 인권위법상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분홍색 제품에 '여아' 표시가 있더라도 실제 여아가 해당 제품만 사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이날 공개한 결정문에서 "제조사들이 기업의 상품 판매 전략에 따라 상품의 색깔을 성별 구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이로 인해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에 제한이 있거나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제품의 색깔 구분으로 인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화되고 사회적 편견으로 이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아이들은 색깔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따라 여성은 연약하고 소극적으로, 남성은 강인하고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회·문화적 관행에 따른 성역할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는 방식으로 사회화돼 성차별이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업체들에 '성 중립적인(gender-neutral)' 방향으로 영유아 제품을 제조하도록 관행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인권위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2015년부터 아동용 완구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운영하는 등 세계적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우리 사회도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 자체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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