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드뷔시의 어린이를 위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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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드뷔시의 어린이를 위한 찬가

입력
2021.05.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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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드뷔시가 작곡한 '어린이의 세계' 악보집 표지.


'어린이날 선물'이라는 검색어가 온라인에서 급증하는 시기다. 클래식에도 어린이날과 어울리는 작품들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작곡된 음악들이다. 프랑스의 두 작곡가 라벨과 드뷔시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돌아가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피아노를 활용해 작곡했다. 두 작곡가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마법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밟아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로 첫 발을 내딛었다.

라벨이 작곡한 '어미거위 모음곡'은 같은 이름의 동화에서 소재를 가져와 작곡했다. 평소 어린이를 좋아했던 라벨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 고데브스키의 두 아이들 미미와 장을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라벨에게 어린이들은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라벨은 두 명의 어린이들이 작품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쉽게 작곡했다. 작품은 피아노 연탄곡으로 작곡되었는데, 한 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탄곡은 가족과 친구, 제자와 함께 하기 위해 작곡됐던 특별한 방식이다.

'어미거위 모음곡' 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파반' '엄지동자' '파고다의 여왕 레더로네트' '미녀와 야수의 대화' '요정의 정원'으로 구성된, 음표로 빚은 한편의 동화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읽어주기에 적당한 내용들이다. 미미와 장은 아니었지만 작품은 라벨의 바람대로 어린이가 초연했다. 이후 작곡가 본인이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마술사였던 라벨은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작품을 아름답게 채색했다. 옷을 갈아입은 작품은 더욱 거대한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편곡 덕에 '어미거위 모음곡'은 본격 오케스트라와 함께 클래식 공연장에도 연주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어린이를 위한 작품은 드뷔시가 작곡한 '어린이의 세계'다. 그의 다섯살된 어린 딸을 위해 만든 피아노 모음곡이다. 드뷔시는 이 작품에 "아래에 나오는 곡에 대한 아빠의 다정한 설명을 곁들여서, 소중하고 귀여운 슈슈에게"라고 적었다. 드뷔시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돌아가 어린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렸다. 상상력 넘치고 천진난만한 음악들이 펼쳐진다. 제목 그대로 '어린이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는 앞서 '어미거위 모음곡'과는 달리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되지는 않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이 작품의 상상력에 매료되어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 중 특히 맑고 순수한 상상력을 보여준 미켈란젤리의 음반이 명반으로 남아 있다.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 '코끼리의 자장가'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 '눈송이가 춤추고 있다' '어린 양치기' '골리워그의 케이크 워크'가 '어린이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제목만 들어도 어린이 감성으로 가득하다. 그 중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박사'는 어린이가 클레멘티의 피아노 연습곡을 따분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묘사해 재미있다. 어린이의 마음은 이미 연습실 밖이다. 하지만 드뷔시는 모든 것을 음악에 직접 암시하지 않는다. 훌륭한 어린이 콘텐츠가 그렇듯 아이들 스스로가 신비한 경험을 체험하게 만들었다. 음악이 말해주지 않는 빈 공간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으로 채우게 한다.

이 두 작품이 물론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됐지만, 그렇다고 오직 어린이들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이 두 작품엔 어린이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두 성인 작곡가의 간절한 바람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어린이였던 지금의 어른들 역시 이 작품들을 통해 잠시나마 어린이의 시선을 만끽할 수 있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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