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결제 시스템 강제...매출 30% 수수료 부과
애플·에픽게임즈 CEO 모두 재판 출석
EU서도 애플에 30조 원 달하는 벌금 부과 예고
애플의 응용소프트웨어(앱) 장터인 앱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질 세기의 재판이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 시작된다. 결과에 따라선 모바일 앱 시장의 절대강자인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서부터 앱장터 운영 방식까지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IT 업계의 이목도 쏠린다.
에픽게임즈의 반발로 시작…앱 개발사도 한목소리 규탄
이번 재판은 지난해 8월 세계적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인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제기됐다. 자사 내 앱장터의 개발사에 자체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이용을 강요한 가운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겨가고 있는 애플에 반기를 들면서다. 이런 시스템은 구글도 동일하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 기존보다 20% 저렴하게 아이템을 판매했다. 맞대응에 나선 애플과 구글이 앱장터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하자, 에픽게임즈도 미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양사를 제소했다. 에픽게임즈의 움직임에 세계 최대 음원 업체인 스포티파이, 데이팅 앱 전문업체인 매치그룹 등도 지지를 보냈다.
애플 역시 에픽게임즈를 상대로 약관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에서 파생하는 막대한 가치에 대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으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좀도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재판에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 등 각사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총출동한다.
미국·유럽·한국 등 전 세계서 애플·구글 규제 움직임
이번 재판에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는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앱장터 수수료는 결국 앱 개발사들과 이용자들이 부담한다. 가령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이용료'는 컴퓨터(PC)에선 4,900원이지만 아이폰에선 6,900원을 내야 한다. 이에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을 무기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30일 애플이 유럽연합 기능조약 102조(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내며 애플에 대해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를 예고했다. EC에선 애플이 앱스토어에서의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자사의 음원 스트리밍 앱인 애플뮤직을 부당 지원했다고 결론냈다. 이번 심사는 2019년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제소하면서 진행됐다. 외신에서는 애플에 부과될 벌금을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 원)로 예상했다.
이들의 앱마켓 운영 정책은 본토인 미국에서도 규제의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실제 미 애리조나·조지아·매사추세츠·미네소타·위스콘신 등 각 주 의회에선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규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애플과 구글도 개발사들을 달래기 위한 수수료 인하책을 발표했다. 연 매출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하 개발사에는 기존의 절반 수준인 15%의 수수료만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에픽게임즈 측은 "앱 개발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라고 비난했다. 앱 정보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플 앱스토어 입점사 중 15% 수수료 혜택을 적용받는 매출 100만 달러 이하 개발사는 전체의 98.4%다. 하지만 전체 앱스토어 매출에서 이들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상위 1.6%의 개발사에는 수수료 인하책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모두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지만, 주미한국대사관까지 나서서 통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개정안 통과는 무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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