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서희 기자 접종기
지난달 30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해외 출장을 위한 1차 접종이었다.
기자의 신체(?) 스펙은 이렇다.
-성별, 나이: 여성, 30대 중반.
-건강상태: 정상 범주 체중. 기저질환 없음. 코로나19 확진받은 적 없음. 1년에 독감 1, 2차례 앓는 정도의 무난한 면역력.
-특이사항: 스트레스 때문인지, 최근 이석증을 앓았음.
접종 전날 밤엔 불안에 떨며 잠을 청했다. '38도 이상 고열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심한 근육통으로 한동안 일상 생활이 어려웠다' 같은 접종 후기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젊을수록 통증이 심하다는 얘기도 신경 쓰였다.
타이레놀은 언제? “아플 때 먹어도 됩니다”
접종 예정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접종 이틀 전 안내문자를 받았다. 신분증을 챙기고, 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고 오라고 했다. 접종 전날 금주해야 하고, 접종 후 20분 동안 이상 반응 관찰을 위해 대기해야 한다는 지침도 들어 있었다. 특히 눈에 들어온 문자 내용은 이랬다. "정해진 인원만큼만 백신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접종 일시에 방문을 못 하시면 귀한 백신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접종 당일 오전 9시 25분쯤 서울의 한 보건소에 도착했다. 측정 체온은 36.1도. 예진표부터 썼다. △임신 중인지 △오늘 아픈 곳이 있는지 △최근 2주 안에 코로나19 감염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지 △중증 알레르기 반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혈액응고장애를 앓고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지 등에 대해 답했다.
10분 정도 대기하니 이름이 불렸다. 의사 면담부터 했다.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최근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픈 곳이 있었는지를 질문받았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딱 하나를 물었다. "AZ 백신을 맞은 경험자들이 '안 아파도 주사 맞자마자 타이레놀을 먹어 두라'고 신신당부하던데, 맞나요?" 의사는 "아플 때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오늘, 내일은 푹 쉬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주사실로 향했다. 접종을 마치는 데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쩐지 두려워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바람에 '백신 접종용 최소 잔여형 주사기' 실물은 보지 못했다. 주사 맞은 자리에 반창고를 붙인 채로 대기실에서 20분쯤 기다렸다. '이상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자 접종 확인서를 내주면서 “가도 된다”고 했다. 이걸로 1차 접종 끝. 접종에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2차 접종 예약일은 7월 중순이라고 접종 확인서에 적혀 있었다.
슬슬 손 저리고, 반나절 근육통... 그래도 견딜 만했다
의사는 "푹 쉬라"고 했지만, 평상시처럼 근무했다. 처음 3시간까지는 체온에 전혀 변화가 없고,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4시간쯤 지나니 주사 맞은 왼쪽 팔에 슬슬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5시간쯤 지나자 왼쪽 손가락까지 저렸는데, 저린 증상은 금세 사라졌다.
6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평소 별로 좋지 않은 허리와 무릎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두통이나 열은 없었다. 12시간이 지난 저녁 9시쯤부터 근육통이 심해졌다. 가벼운 몸살기도 느껴졌다. 밤 10시쯤 자려고 누웠는데 온몸이 쑤셨다. 새벽 1시쯤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다음 날 아침 9시 일어나 체온을 재보니 36.4도. 근육통이 여전히 느껴졌지만, 통증은 점점 줄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확연히 느낀 건 접종 30시간째부터였다. 접종 이튿날 밤은 숙면할 수 있었다.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고 하는데, 다행히 걱정한 것만큼 백신 접종 후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 48시간이 지난 2일 오전 10시 현재 접종 부위가 조금 뻐근한 것 말고는 별다른 증상은 없다. 최근 3주 동안 금주하면서 건강관리를 한 것 때문인지도... 기자와 달리 고열이나 심한 두통, 근육통을 느낀다면 곧바로 질병관리청 콜센터인 1339로 전화를 걸어 문의해야 한다. 24시간 운영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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