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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I 사무총장 “인도는 중국 백신 받아야”, 고삐 풀린 中 물량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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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I 사무총장 “인도는 중국 백신 받아야”, 고삐 풀린 中 물량공세

입력
2021.05.02 14:3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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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김 "인도, 中에 요청해 백신 부족 해결해야"
국경분쟁 앙숙 인도에 '中 역할론' 이례적 강조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도 천연두 근절에는 협력
시진핑, 왕이 "中이 방역물품 지원" 화해 제스처
인도 최대 수입국 中, 하루 접종 1,000만 명 돌파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이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뉴델리=AP 뉴시스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이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뉴델리=AP 뉴시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이 인도를 향해 “중국의 백신 공급 제안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인 인도를 발판으로 ‘백신 외교’의 정점을 찍으려는 중국의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이에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연신 인도에 손을 내밀며 “산소발생기 4만 개를 추가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이 물량공세를 앞세워 국경 분쟁으로 60년간 앙숙인 인도를 공략하고 있다.

“미소 냉전 때도 천연두 근절 협력…인도, 중국은 왜 못하나”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AFP 연합뉴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AFP 연합뉴스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인도 매체 더 와이어 인터뷰에서 “인도는 중국에 요청해 백신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중국 백신은 곧 세계보건기구(WHO) 긴급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도움을 구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기자 질문에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30만 명(현재는 40만 명) 넘는데 백신 접종을 못하는 것과 중국과의 협력 가운데 무엇이 더 인도에 당혹스러운가”라고 반문한 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도 천연두와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서는 갈등을 접고 상호 협력했다”고 맞받아쳤다.

국제기구 수장이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인도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협력을 통해 뉴델리와 베이징은 전염병 통제는 물론 적대감을 완화시킬 기회를 맞았다”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된 중국, 시진핑ㆍ왕이 연달아 인도에 유화 제스처

2016년 10월 인도 고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2016년 10월 인도 고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은 곧바로 인도에 화해 메시지를 던졌다.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인도와 방역 협력을 강화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며 “각국이 단결해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왕 외교부장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방역 물품 지원 △통관ㆍ운송 편의 △전문가 협력 등 전방위 협력을 강조하며 “중국 적십자사, 지방정부, 민간 단체, 기업이 이미 지원을 시작했고 이웃 중국은 인도가 방역에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분석기관 EIU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자국민 우선접종에 주력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을 해외에 공급해 개도국에서 입지가 강화됐다”며 “서구가 백신 외교에서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국내 접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월 30일 현재 누적 접종자 수는 2억6,506만4,000명”이라며 “하루 1,160만1,000명을 접종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인도에 중국산 산소발생기 4만 개 더 보낸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가지아바드의 길거리에 마련된 천막에서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환자들이 시크교 사원 측이 제공한 산소통으로 호흡하고 있다. 가지아바드=AFP 연합뉴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가지아바드의 길거리에 마련된 천막에서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환자들이 시크교 사원 측이 제공한 산소통으로 호흡하고 있다. 가지아바드=AFP 연합뉴스


백신을 제외하면 인도는 이미 경제와 방역을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환풍기 5,000여 대, 산소발생기 2만1,569대, 마스크 2,100만 장, 의약품 3,800여 톤이 중국에서 인도로 향했다. 쑨웨이둥(孫衛東) 인도 주재 중국대사는 2일 글로벌타임스에 “산소발생기 4만 개를 추가 지원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이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인도에 전염병이 확산된 가장 초기단계부터 중국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양국 교역은 여전히 활황이다. 지난해 국경 유혈충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인도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교역량은 277억 달러(약 30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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