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北 김정은과 '빅딜 담판'
오바마는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
바이든은 실용적 접근·외교 모색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100일만에 모습을 드러낸 대북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방식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방식과도 결별하는 게 큰 특징이다. 중간지대에서 실용적 외교 해법을 모색하는 셈이다. 아직은 베일에 싸인 구체적 방법론이 관건이다. 이날 대북정책 공개로 그간 저강도 도발로 ‘간보기’에 나섰던 북한의 반응도 주목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괄타결에도, 전략적 인내에도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실무협상 없이 정상 간 담판에 치중한 트럼프식과도, 압박에 중점을 두며 외교적 관여를 미뤄둔 오바마식과도 차별화되는 ‘바이든표 대북정책’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근은 기본적으로 ‘빅딜’에 토대를 뒀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접근을 고수하는 북한에 대해 정상 간 담판으로 비핵화와 경제ㆍ안보적 보상을 한꺼번에 맞바꾸자는 구상으로 접근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화염과 분노’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핵ㆍ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과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후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설득 속에 2018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응하는 대반전을 선보였다. 북미 정상 간 첫 회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국무부를 주축으로 한 실무협상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협상가로서의 개인적 자신감을 내세우면서 정상 간 담판에만 몰두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가 테이블 이에 올랐던 2차 북미정상 회담이 결렬되면서 2년 넘게 북미 관계가 얼어붙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일괄타결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부통령으로 몸 담았던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역시 지워버렸다. 2009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재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로 통칭되는 대북압박에 중점을 뒀다. 대북제재를 견디다 못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때까지는 외교적 관여를 미뤄두는 전략으로, 공식 명칭은 아니었지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등 핵심 고위인사들도 공식석상에서 거론하는 용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압박만 고수한 것은 아니다. 2012년 북한과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대가로 식량지원을 하는 2ㆍ29 합의를 도출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자 이란 핵합의나 쿠바 국교정상화처럼 좀 더 치적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에 핵ㆍ미사일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협상력을 키웠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식도 오바마식도 아닌 중간적 형태의 대북정책으로 제재 유지와 함께 단계적 해법 동원의 여지를 열어둔 것은, 양쪽 대북접근에서 나타난 성과와 문제점을 폭넓게 수용, 차별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행정부들에서 목표(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못했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한 당국자를 인용, 제재가 유지된다고 전했다. 관건은 ‘바이든표 대북정책’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 하느냐다.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해뒀을 구체적 방법론에 대북정책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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