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회 균등의 사회적 상속

입력
2021.04.30 18:00
22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30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 설치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감사 글귀 뒤로 삼성 측이 기증한 작품들이 비치되고 있다. 삼성 측은 해당 미술관에 박수근 화백의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 등 작품 18점을 최근 기증했다. 연합뉴스

30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 설치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감사 글귀 뒤로 삼성 측이 기증한 작품들이 비치되고 있다. 삼성 측은 해당 미술관에 박수근 화백의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 등 작품 18점을 최근 기증했다.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에 대한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계기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 일가는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 외에 2만3,000여 점의 미술품 등 추가적인 기부까지 하며 모범적 모습을 보였으나 재계는 한국 상속세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 이 회장 유산에 적용된 상속세 실효세율은 58%가량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단순 상속세 최고세율도 50%로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높은 세율이 탈세와 편법 상속을 부추기고 기업 경영 의지를 꺾어 자본 유출을 일으킨다면 국제 수준에 맞는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 하지만 현대 사회가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불평등 확대로 기회의 사다리조차 사라지는 ‘세습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경청해야 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세습 자본주의를 타개하기 위해 높은 상속세를 부과해 이를 재원으로 1인당 평균자산의 60%를 청년들에게 기본자산으로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출발선의 격차를 해소해 공정한 기회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미국의 가족계획’ 이란 복지 프로그램 재원으로 현행 20%의 자본이득세를 2배가량인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세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녀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기회가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 상속세를 최대 90%까지 매기자는 피케티의 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상속세를 세습 사회를 타개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 예컨대 삼성 일가의 상속세금이 어디에 쓰일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청년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면 납세자뿐만 아니라 수혜자들도 그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 상속세를 특정 용도로만 사용하는 목적세로 바꾸면 사회적 상속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목적세는 재정 운영을 제한하긴 하지만, 과세 취지가 분명해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세습사회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상속이 상속세를 통해 오히려 사회적 통합의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송용창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