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후 누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
인천 강화군 석모도 30대 여성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남동생이 범행 이후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남매의 부모는 아들의 이런 주도면밀한 모습에 속아 딸의 가출신고를 취소했다.
30일 인천경찰청은 친누나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20대 후반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쯤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강화군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누나 명의의 카카오톡 등 계정을 사용한 정황을 확인,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A씨는 범행 이후 누나 B씨의 카카오톡 계정에서 대화를 주고받은 것처럼 위장해 부모에게 보여줬다. A씨는 계정에서 “어디냐, 들어와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누나의 계정에 들어가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누나의 휴대폰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본인 혼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메시지를 보여주며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자 남매의 부모는 이달 1일 경찰에 낸 B씨의 가출신고를 취하했다. 경찰은 또 A씨가 B씨 계좌에서 돈을 빼낸 정황을 확인하고 범행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B씨 시신은 지난 21일 오후 2시 13분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주변인과 통신·금융 내역 등을 조사하던 중 사망 이후 B씨 명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B씨의 휴대폰을 사용한 A씨를 용의자로 특정, 그를 추적해왔다.
A씨는 29일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평소 다툼이 있었던 누나가 잔소리를 해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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