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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1순위' 거론 이성윤이 후보군 4명에도 들지 못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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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1순위' 거론 이성윤이 후보군 4명에도 들지 못한 이유는

입력
2021.04.29 20:00
수정
2021.04.29 20:5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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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건 공수처 이첩 주장에 "수장 자격 없어"
검언유착 의혹 등 사건 처리 과정 편향성 지적도
선거 참패한 여당서도 친정권 성향 이성윤 부담
총장 추천위에서도 위원들 선택 거의 받지 못해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9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9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검찰총장 유력 후보였던 이성윤(59) 서울중앙지검장이 29일 ‘최종 후보군 4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자신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팀의 소환 요청에 불응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내부 반발을 샀던 게 결정타였다.

이성윤 지검장은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정황을 포착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그는 수원지검으로부터 네 차례나 출석 요구를 받고도 계속 불응하다가 기소 임박 상황에 처하자 지난 17일 ‘마지 못해’ 조사를 받았다. 22일엔 수사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신청했다. 그는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기소 여부 등에 대해 수사심의위 판단을 받는다.

이 지검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선 “후배 검사들을 못 믿겠다고 자인한 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위원인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이날 회의 참석에 앞서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 지검장을 직격했다.

정치적 편향성도 총장 후보에서 탈락한 이유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법무부ㆍ검찰 요직을 줄줄이 꿰차 일찌감치 ‘친정부 성향’ 검사로 분류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엔 ‘검언유착 의혹’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등의 수사를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휘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말수가 적고 차분해 보이지만, 정치권 분위기를 살피고 고집이 센 ‘진짜 정치검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여당의 4ㆍ7 재·보궐선거 참패도 ‘이성윤 배제’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이상, 차기 총장으로 그를 밀어붙이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인사는 “이 지검장을 고집하면 다음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검찰 반발도 커져 역효과만 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지검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이날 추천위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회의는 추천위원 9명이 후보 4명을 각각 추천(1차 표결)한 뒤, 최다 득표자를 뺀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 투표(2차 표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 지검장은 1차 표결에서도 거의 득표하지 못했다고 한다. 추천위원들 사이에서 ‘이성윤은 제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셈이다.

실제 추천위원들은 검찰총장 후보 조건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ㆍ독립성을 지키는 건 물론, ‘조직 내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이 지검장에 대해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추천위원장을 맡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회의 종료 후 “분위기가 좋았다”며 “특별히 큰 이견은 없었고,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가 만족하는 방식으로 (추천 후보 4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총장의 꿈은 접게 됐다 해도, 고검장 승진 또는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지킬 경우, 이 지검장이 주요 사건 수사를 컨트롤할 수 있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카드다. 임기 말 정권에 불리한 방향으로 검찰 수사가 전개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두 차례 유임시킨 전례는 없지만, 현 정부의 파격 인사를 보면 이 지검장 유임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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