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문자행동을 하면 할수록, 여러분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이 많을수록, 재집권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간다.” (조응천 의원)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한다.” (윤건영 의원)
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층의 이른바 ‘문자 폭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시끄럽다. 쇄신파 조응천 의원이 '용감하게' 쓴소리를 했지만, 아직은 외로운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당의 주류인 친문계 의원들은 ‘그 또한 의사 표현의 방식’이라며 강성 당원들을 두둔한다. 새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박주민, 김종민, 김용민...” 실명 저격한 조응천
조 의원은 29일 작심한 듯 문자 폭탄을 저격했다. 그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2,000명 되는 강성 지지층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권리당원 70만 명의 목소리가 다 묻혀버린다”며 “(주류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문자 폭탄이 날아오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검은 머리 짐승' ‘그쪽 일당들하고 다 같이 탈당하고 더민주 이름 더럽히지 말아라’ 등 자신이 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친문 강경파에 편승하는 의원들의 책임도 거론했다. 박주민, 김종민 의원이 친문계의 열정적 지지를 받아 과거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연달아 1위를 한 것을 예로 들며 "성공 방정식"이라고 꼬집었다. 5월 2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도 거명하면서 “그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고 있다”고 비틀었다. 김용민 의원이 전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돼야 한다”며 강성 당원들을 옹호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조 의원은 “소위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 내년 대선에 희망이 생긴다”며 “적어도 10명에서 20명은 자기 이름을 걸고 (강성 당원을 제지할) 사람들을 모아야겠다고 본다”고 세력화를 시사했다.
'공천' 의식해 머뭇... 이번엔 다를까
민주당에서 문자 폭탄을 비판하는 건 아직은 소수다. 친문 진영의 기세에 짓눌려서다.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은 조 의원의 비판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지만, 감당해야 한다” 즉각 경고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친문 성향 강병원 의원도 "태극기 부대는 감정적ㆍ선동적인데 민주당 당원들은 논리적”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문자 폭탄 같은 '정치적 린치'가 민주당에만 있는 특이 현상은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때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국미의힘 전신) 의원들은 반대했다는 이유로, 찬성 의원들은 보수를 분열시켰다는 이유로 전화ㆍ문자 공세에 시달렸다. 당시 ‘문자폭탄 방지법’ 제정 필요성까지 거론됐으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란 비판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엔 마냥 손을 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고,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윤리강령 신설'을 거론했다. 당 강령에 폭언에 가까운 과도한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이를 어길 땐 징계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신임 지도부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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