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발휘 기대" 美 대북정책 낙관
단계·동시적 비핵화, 조기 관여 강조
北에 "언제 어디서든 다 열고 대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전에 나설 때를 대비해서다. 남북 관계 반전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끝내 접지 않은 것이다.
이 장관은 1964년생으로 우선접종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 방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차 접종을 했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에 가려면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맞고 대기하는 것”이라며 “아직 미국 방문 일정이 특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29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신 접종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남북미 모두의 노력을 주문하고, 북한엔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보냈다.
이 장관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마무리되며 불확실성이 걷혀 나가는 올해 상반기가 남북미 모두 함께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미·중 전략경쟁이 확대될 수 있고, 내년 대선에 맞춘 국내 정치 일정도 본격화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커진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다.
이 장관은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비핵화와 평화 정착, 경제협력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조심스레 낙관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비핵화 해법에선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바탕으로 제재 완화 등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기대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는 “미국이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인도적 협력은 정치 상황과 별개로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정책 기조를 묻는 질문에도 조기 관여와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꼽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에 대한 존중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북한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의제나 형식으로든 모든 것을 열어놓고 마주해 대화하겠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선택에 대해선 “미국 대북정책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향후 대외 행보를 저울질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2018년 4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선언한 이후 고강도 도발이 없었고, 거친 수사와 비난 속에서도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건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 게 이 장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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