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제가 우리 당 정책위의장과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2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멈칫하면서 한 발언이다. 여 대표는 30대인 장혜영 정책위의장을 흘깃 쳐다봤다. 여 대표는 가상화폐 투자를 '도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청년층에서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우리는 왜 못하게 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상화폐 열풍을 지켜보는 정의당의 복잡한 심경이 여 대표 발언에 묻어났다. 화폐로서의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상화폐에 2030세대가 많이 몰려있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249만5,289명 중 63.5%가 2030세대였다.
정의당은 가상화폐 관련 입장에 발빠르게 대처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오승재 청년정의당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청년을 선도해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본다"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판했다. 은 위원장이 203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일부 정의당 당원들은 "가상화폐 투기를 옹호하느냐"고 오 대변인을 비판했다. 결국 오 대변인은 28일 "섣부른 판단으로 브리핑을 했다"며 사과하고 브리핑까지 철회했다. 다만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중앙당 차원에선 이미 27일 가상화폐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는 투기고, 방치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4·7 재·보선에서 2030세대에 심판을 받은 민주당도 정의당과 속내는 비슷하다. 개별 의원들이 내년으로 예정된 가상화폐 거래 양도소득세 부과 유예를 주장하지만, 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비트코인과 관련해 당내 대응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가, 원내지도부가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정의당이나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한 이유는 '가상화폐 투자=투기, 사회 악'이라는 프레임 때문이다. 집값 폭등과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가상화폐를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선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의당이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30세대가 최근 특정 정당을 고정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스윙보트' 성향을 보이는 것도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9일 "가상화폐는 진보 정당들이 방향을 쉽게 잡기 힘든 이슈가 돼 버렸다"면서 "2030세대 이탈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리할 때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