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멍청이들이 움직인 결과라고 한다면 얼마나 수긍할까. 엘리트 코스를 거쳐 권력의 최고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종종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일을 그르치는 걸 보면 제법 맞는 말처럼 들린다. 전작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로 화제를 모았던 바보 전문 조사관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이 인류학적 관점에서 어리석음의 역사를 찾아 나선다.
지금의 인류가 존재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농업의 발명이 엄청난 바보짓이었다는 도입부의 주장부터 미심쩍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착 농경 사회가 인구폭발을 일으켰고, 그에 따라 장시간 노동과 집단들 간의 전쟁, 지배계급의 억압, 가축을 통한 질병이 나타났다는 주장에 이르면 저자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불가사의한 피라미드를 세운 고대 이집트부터 힌두교와 불교가 태어난 인도, 민주주의가 발아한 그리스와 로마를 지나 20세기의 세계대전, 온갖 쓰레기로 지구를 망치고 있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승자박하는 인류의 오류사를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스티븐 핑커, 롤프 도벨리, 폴 벤, 로버트 서튼 등 유명 학자, 경영인과 나눈 대담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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