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제 실효성 떨어져?
쿠팡 측,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 피해 안도?
개편 통해 특수관계인 범위 축소해야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29일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규정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국내 경제단체와 재계의 반응이다. 34년 전 정해진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도 이젠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일관된 평가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당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소수의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억제하기 위해 나온 한국식 규제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와 상호출자 등을 통해 소수 지분을 갖는 총수 일가가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한국식 재벌체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1980년대에는 경제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의 국내 시장 독점이 가능했지만 현재와 같은 개방경제에선 불가능하다”며 “상위 대기업집단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며 대기업집단 지정제의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그나마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아 공시 의무는 덜었다”면서도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최대 141개의 규제를 적용받아 기업활동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팡 측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공정거래법을 철저히 준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은 피해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경쟁업계인 유통업체에선 이에 대해 볼멘소리도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법인을 만들어서 쿠팡이 물건을 직매입해주거나 창고를 사용해 주는 식으로 밀어줘도 신고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며 "국내에서 돈 버는 기업인데도 경쟁사와는 법을 다르게 적용받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수관계인의 공시 범위 축소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 팀장은 “동일인 지정에 따른 공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특수관계인을 따지면 10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대한 공시를 전부 다 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관한 내용들이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공시를 통해 지나치게 낱낱이 공개돼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부분 역시 개선돼야 할 문제로 지목됐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기존처럼 고정된 자산총액 기준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업 수를 계속적으로 증가시켜 과잉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자산 총액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연동해 산정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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