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 등장 44초짜리 동영상 인니 울려?
출산 2주, 뱃속 아기 남겨두고 떠난 가장?
"뉴스에 나오면 기도해달라" 2년 전 영상도?
군 "내부파가 원인" vs 민간 "전면 조사하라"
"응가 응가(enggak enggak·안돼 안돼)." 2세 아이가 문고리를 붙잡고 소리치고 있다. 방에서 밖으로 나오려는 아빠를 낑낑거리며 한사코 말린다. "응가"를 연발하며 아빠를 때리기도 한다. 아빠는 웃으면서 아들을 말린다. 아빠가 "쉬(오줌) 마려워"라고 설득하자 엄마가 "아빠 왜 출근하면 안돼? 집에만 있으라고? 아빠는 쉬 마려워. 너는 기저귀 쓰잖아, 근데 아빠는 기저귀를 안 써"라고 거든다. 결국 아이는 아빠를 밀쳐내고 방문을 닫는다. 등을 기댄 벽을 툭툭 치는 아이의 모습이 시무룩하다.
아이는 21일 발리 해역에서 훈련 도중 침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Nanggala)402'함에 승선한 이맘 아디 중위의 아들이다. 잠수함은 25일 수심 838m 지점에서 세 동강 난 채 발견됐다. 이맘 중위는 살아오지 못했다. 44초짜리 동영상은 사고 이틀 전인 19일 촬영됐다. 이맘 중위의 아버지 에디씨는 "(손자는) 보통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하는데 그날은 유독 (잠수함 훈련에) 못 가게 막는 듯한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낭갈라402함에 탑승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53명의 사연이 인도네시아를 울리고 있다. 무함마드 루스디안샤 라흐만 중사는 이달 7일 아들이 태어났다. 그의 아내는 "출산 후 쉬는 동안 아기를 돌보는 등 모든 일을 챙긴 사람이 남편이었다"며 "이제 그를 보내주려고 한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결혼했다. 임신 9개월인 엔디씨는 며칠만 있으면 출산을 하는데 이번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헤리 옥타비안 함장은 2019년 11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그는 동영상 밑에 "만약 우리에 대해 뉴스가 나오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는 잠수함을 무척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잠수함 유족들은 28일 사고 해역에서 헌화했다.
비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군은 이날 사고 원인으로 '급격한 내부파(internal wave)' 가능성을 거론했다. 내부파는 바닷물의 밀도가 서로 달라 경계지점에서 생기는 파동으로 보통 수심 50~100m 사이에서 발생한다. "인재가 아닌 대자연의 힘에 의한 사고"라는 얘기다.
트리분뉴스 등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한국일보가 22일 보도한 '53명 태우고 사라진 인니 잠수함, 왜 무리한 훈련 나섰나'를 전날 잇따라 비중 있게 다뤘다. 사고 잠수함이 건조된 지 41년이 됐다는 점, 창정비 기간이 지났다는 점과 현지 군 소식통을 인용한 "(낭갈라402함은) 2018년 이후 잠항한 적이 없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은 "외국 언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정보"라고 반응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당일 밤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낭갈라402함의 2018년 이후 훈련 사항을 공개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시민단체와 민간 전문가들은 노후 잠수함을 훈련에 사용한 이유, 정비 관련 사항 등 이번 사고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DPR)도 국방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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