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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페북서 쫓겨난 美 극단주의자들이 정착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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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페북서 쫓겨난 美 극단주의자들이 정착한 곳은?

입력
2021.04.2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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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위치가 극우 인플루언서의 새 거점"
기존 플랫폼서 막히자 '재정적 생명줄' 찾아

1월 6일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넌의 활동가 제이크 엔절리(앞줄 왼쪽 두번째)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1월 6일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넌의 활동가 제이크 엔절리(앞줄 왼쪽 두번째)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미국 극우주의자들이 세계 최대 게임 동영상 서비스 업체 ‘트위치(twitch)’에 똬리를 틀었다. 주요 활동 무대였던 유튜브,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이 계속된 극우ㆍ혐오 발언을 이유로 이들을 옥죄어 자금줄이 끊기자 새 온라인 공간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트위치가 많은 극우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들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며 “큐어넌(QAnon) 추종자 등 극단주의자들이 이곳에서 ‘재정적 생명줄’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치는 아마존 게임부문 계열사인 ‘아마존게임스’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게임 스트리밍(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다. 대부분 게임 관련 채널이지만 스포츠나 음악 등을 다루는 계정도 있다.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채널을 구독하고, 실물 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트위치 내 통화(비트)를 기부하는 방법으로 운영자(스트리머)를 지원한다. 광고 수익 역시 스트리머의 주요 수익원이다.

신문은 지난해부터 극우주의자들이 이 사이트에서 게임과 관계 없는 대선 불복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을 펴는 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리밍 분석가인 제네비에브 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이후 트위치에서 최소 20개의 극우 관련 채널이 방송을 개시했다.

지난해 대선 불복 주장에 앞장섰던 테프시셰르 마라스-린드먼도 극우 채널 운영자 중 한 명이다. 방송 평균 시청자는 3,000~4,000명으로 무시 못할 수준이다. 린드먼은 최근 한 방송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에 반대하며 “마스크 없이 가게에 들어가라”고 촉구했다. 오하이오주(州) 의원들이 불법 투표 기계를 사용해 선출됐다는 가짜 뉴스를 거리낌 없이 내뱉으며 “그들을 공직에서 쫓아낼 방안을 강구하라”고 시청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근거는 전혀 없지만 자극적인 그의 주장은 제대로 먹혔다. 린드먼의 방송은 트위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에 등극해 최근엔 8만4,000달러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트위치 로고

트위치 로고

1만4,000명의 팔로워를 둔 잭 페인도 자신의 채널에서 큐어넌 음모론을 설파하거나 코로나19 백신과 암 발생 연관성을 언급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의 엔리케 타리오 단장 역시 최근까지 트위치 채널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에서 트위치로 둥지를 옮긴 건 지난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플랫폼들이 가짜 뉴스와 폭력, 혐오 발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다. 올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등 미국 내 극단주의 창궐 뒤에 SNS가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진 뒤 각 플랫폼의 단속은 한층 강화됐다. 해당 플랫폼을 수익 기반으로 삼던 극단주의자 입장에선 하루 아침에 돈줄이 말라버린 셈이다.

린드먼과 페인도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활동이 금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단속이 덜한 트위치로 눈을 돌린 사례다. 온라인 극단주의를 추적하는 메건 스콰이어 일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극단주의자들은 독창적인 선전(발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며 “방송에서 센 주장을 함으로써 돈의 흐름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위치도 이달 폭력적 극단주의나 증오단체 회원, 다른 플랫폼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계정을 정지하는 내용이 담긴 규제책을 발표하긴 했다. 다만 이 회사는 “큐어넌을 혐오 그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현재 운영 중인 극우 채널을 폐쇄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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