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세계 5위' 일본, 왜 백신 개발 소식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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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세계 5위' 일본, 왜 백신 개발 소식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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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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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초기 일본 정부 지원부족?
②까다로운 일본의 승인절차
③백신 사고 빈발한 사회 내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도쿄의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도쿄=교도 AP 연합뉴스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세계 5위권(24명)이다. '과학대국'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본 내에서 문제의식이 급속히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유의 느린 관료문화를 지목하며 구체적인 진단을 속속 내놓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업체는 ‘안제스’와 ‘시오노기제약’ ‘다이이치산교’ 등 5곳이다. 이 중 가장 빠른 안제스가 지난해 6월 첫 임상시험을 실시한 뒤, 500명 정도로 진행한 임상 2상의 결과를 분석 중이다. 애초 올봄에 실용화를 추진했지만 수만 명 단위로 실시해야 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직 시작조차 못 했다. 성공하면 내년에 실용화가 가능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해외 백신이 많은 상황이다.

일본이 백신 개발에 뒤처진 이유는 △초기 정부 지원 부족 △까다로운 승인 심사 △백신에 대한 오랜 불신이 우선 꼽힌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다른 신약보다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미국의 초대형 제약사 '머크'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실패했다. 운 좋게 성공하더라도 수익을 내긴 더 어렵다. 개발 도중 감염병이 종식되거나 감염 유행 심각성이 축소될 수도 있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개발회사가 지는 경우가 많다. 임상시험만 봐도 암 같은 질병의 신약개발보다 규모가 훨씬 커야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백신 개발에 2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시 작전 수준의 ‘속도전’을 주문했고 제약회사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면서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반면 일본 정부의 초기 개발 지원 규모는 100억 엔(약 1,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관료집단의 융통성 부족이야말로 일본의 특징이다. 일본은 충분한 물량의 화이자 백신을 계약했지만 해외에서 승인을 받았더라도 자국 내에서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승인 절차로 공급이 지연됐다. 일본의 의약품 관리는 철저한 안전성 위주로 유명하다. 이후 미국과 유럽이 전략물자로 지정하며 수출을 제한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이자는 그나마 해외에서 승인이 끝나 일본에서 ‘특례승인’이란 절차로 해결됐지만 일본산 백신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처럼 긴급사용허가(EUA)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백신에 대한 불신도 일본이 뒤처진 원인이다. 1970년대부터 일본에선 천연두 백신 등 예방접종 후 사망이나 후유증이 문제가 돼 소송이 잇따랐고, 최근엔 홍역·풍진(MMR) 백신 및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 일본 국민의 백신 신뢰도는 2019년 영국 의학저널 랜싯 조사에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제서야 일본 정부와 국민의 백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중이다. 부작용보다는 접종 속도가 늦은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정치권은 일본백신 개발에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집권연립 공명당은 28일 정부에 백신 조기 개발을 위한 규제 철폐를 건의했다. 업체에 대한 해외 임상시험 지원, 의약품 조건부 조기승인제도에 백신을 포함할 것 등이 골자다. 자민당은 26일 "국산백신 개발이 국민 건강은 물론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며 연구·개발 거점 정비와 개발비 지원을 위한 장기 기금의 창설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추경예산에 백신 개발 예산을 반영하고 동남아 지역에 임상시험 네트워크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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