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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간다" 올라오자 가상화폐 실패자들의 구원 요청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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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간다" 올라오자 가상화폐 실패자들의 구원 요청 쏟아졌다

입력
2021.04.29 09:30
수정
2021.04.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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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커뮤니티서 코인 수익 인증하고
돈 잃은 사람에게 수익 일부 주겠다는 '구제글'? 등장
댓글에는 '계좌번호'와 '돈 잃은 사연' 줄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비트코인 갤러리'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비트코인 갤러리' 캡처

"구제해준다. 천천히 사연 적어라."

가상화폐 투자자 상당수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구제'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자신이 코인 투자로 돈을 크게 벌었으니, 몇 명의 이용자를 골라 계좌를 통해 수익의 일부를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또 해당 게시물들의 댓글창에는 자신의 코인 투자 실패담과 함께 계좌번호가 수십 개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상화폐 광풍이 여전히 매섭다. 특히 최근 하락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을 불안케 한 것도 잠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주말 한때 4만7,00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27일 오후 3시 기준 6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커뮤니티 내에서도 널뛰기하듯 크게 오르고 떨어지는 코인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같은 시점에서도 누군가는 수 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을 벌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가진 돈 전부를 코인으로 잃었다며 댓글로 또는 자신이 새로 글을 써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익명의 커뮤니티 이용자는 "리플로 170억 원 벌었다. 구제 간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50명에게 10만 원을 보내겠다'며 '댓글에 자신의 사연과 계좌번호를 남기라'고 말했다. 게시글이 올라온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첫 댓글이 달렸고, 이어 총 50개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댓글에는 갖가지 사연이 있었다. 주로 자신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투자를 했는데 몽땅 잃었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부디 도와달라는 호소도 잊지 않았다.

'기업은행 XXX(계좌번호). 대출 받고 했다가 지금 80퍼센트(마이너스) 됐다. 자취하고 있는 생활비가 없어서 쌀과 김치만 먹고 있다.'

'들어가면 물리고 들어가면 물리고, 코인으로 대학 등록금을 말아먹었다. 인생에서 한번만 기회를 달라. 농협 XXX.'

'케이뱅크 XXX. 월세도 해결해야 되고 천만 원이 필요하다. 보증금 빼서 코인 탕진하고 반성합니다. 조금이라도 구제해준다면 언젠가 갚겠다.'

같은 날 또 다른 이용자는 자신을 '구조대'라 칭하며 구제 게시물을 작성했다. 그는 자신이 며칠 전에 다른 이용자에게 송금했던 내역을 함께 첨부했다. 그의 인증이 사실이라면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의 수익을 이용자들에게 나눠준 걸로 보인다.

작성자가 구제를 위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50만 원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200개 가까운 댓글이 이어졌다.

"그냥 사기, 재미로 하는 것" VS "얼마나 힘들면..."

연합뉴스

연합뉴스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제'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 "순수익 200억 원 달성" 등 실체는 없으나 믿고 싶게 만드는 온라인 속 이야기만큼이나 소문이 더 무성하다.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들 역시 '구제 인증글 돈 진짜로 주는 거냐' '50만 원 받았다는 사람 봤음' 등 의견이 나뉜다.

구제 인증글의 내용도 제각각이다. 한 이용자는 '140원'이 들어온 거래 내역을 캡처해 "100원 들어오고, 10원 네 번 들어왔다. 장난하냐"라며 '웃픈' 인증을 했다.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한모(23)씨는 이를 두고 "그들끼리의 유머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씨는 자신이 해외축구 관련 커뮤니티를 이용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당시 커뮤니티 댓글창에도 토토(스포츠토토)로 얼마를 벌었다, 잃었다는 글이 올라왔고, 구제해달라고 계좌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돈을 주고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돈을 주고받는 게) 아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다른 가상화폐 투자자 김모(29)씨 역시 "다 거짓말 아니냐"며 글을 올리는 사람 모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업 준비생 장모(23)씨는 "(구제 요청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사연이랑 계좌까지 남기겠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 이용자는 28일 새벽 자신의 글에서 가상화폐(비트코인)로 자신의 생활비를 모두 날린 사연을 털어놓으며 "구제글이 낚시라는 건 알면서도 댓글을 달고,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는 일상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누군가로부터 1만 원을 받았고 고마운 마음에 인증 게시물까지 올렸다. 그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꼭 베푸는 사람이 되겠다"고 소회를 썼다. 이를 본 다른 이용자들은 그가 "구원받았다"고 표현했다.

한편 장모(23)씨는 "진위 여부를 알 수도 없는데 자신의 계좌번호를 넘기는 게 위험해보인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한 이용자는 "구제글로 돈 받는 거 결국 개인 정보 값 아니냐"라며 걱정을 남기기도 했다.

이규리 인턴기자
장윤서 인턴기자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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