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경찰관들에 "지인 사건, 잘 봐 달라" 부탁
법원 "경찰 수사 공정성에 대한 공공 신뢰 훼손"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뒤, 사건을 맡은 동료들에게 수사 편의 제공 청탁을 건넨 경찰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53)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000만원의 추징 명령도 내렸다. 뇌물공여죄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61)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 형사과 소속인 A씨는 지난 2019년 평소 알고 지내던 B씨가 이혼 소송 중에 불법 행위를 저질러 수사 대상이 된 사실을 알게 됐다. B씨가 남편의 외도 증거를 몰래 수집하기 위해 남편 사무실과 차량에 녹음기와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사실이 들통나 고소를 당한 것이다. B씨 사건은 A씨가 일하던 경찰서 형사과에서 맡게 됐다.
A씨는 B씨 사건을 담당한 후배 경찰관들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며 출석일자 조율 등의 편의 제공을 부탁했다. B씨에겐 ‘출석일자를 바꾸려면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조언도 했다. B씨는 그 대가로 A씨에게 수표로 6,0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뇌물수수죄로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파면됐다.
재판부는 “경찰 중간간부급에 해당하는 A씨는 후배 경찰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담당 경찰관이 갖고 있는 심증과 사건진행 상황 등은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로, A씨가 이를 물어보고 취득한 것은 통상적인 절차적 배려나 편의제공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경찰 수사와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그럼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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