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최저가 ②전국배송 ③탈(脫)식품
'매출 끌어올리기' 통한 외형 성장 집중
몸값 상승세 기류 타고 가치 상향 속도전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쿠팡은 국내 여러 스타트업들에 자극제가 됐다. 4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에도 상장 첫날 기업가치가 100조 원까지 치솟은 쿠팡을 지켜본 스타트업들은 미국 자본시장 진출에 자신감이 생긴 분위기다.
'샛별배송'으로 빠르게 성장한 마켓컬리도 미국 상장을 준비 중인 대표적 스타트업이다. 연내 뉴욕증권거래소 입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값 띄우기와 성장성 입증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다. 가격 정책과 배송 시스템, 취급 상품에 모두 변화를 주며 초점을 '매출 끌어올리기'에 맞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 공룡들에게 '최저가 전쟁' 선포
27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따르면 최근 마켓컬리에 새롭게 적용된 가격 정책은 △온라인몰 최저가를 보장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제도와 △인기 상품을 100원에 살 수 있는 '100원딜' 등이다. 쿠팡의 무료배송 확대,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최저가 보장 등으로 촉발된 가격 전쟁에 참전한 셈이다.
EDLP는 채소 과일 생선 정육 등 60여 가지 식품 가격을 1년 내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온라인몰보다 저렴하게 책정하는 제도다. 30여 가지 신선식품을 저렴하게 파는 기존 '컬리프레시365(KF365)'의 확장판으로 연중 운영한다.
100원딜은 신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내달 말까지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다. 마켓컬리 인기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전까지 월 6개였던 100원딜 상품 수를 10개로 늘렸다.
CJ 손잡고 전국 샛별배송…비(非)식품도 취급
김슬아 컬리 대표는 배송권역 확대와 취급 상품 수 늘리기에 신중해 왔다. 장보기 특화 전자상거래(e커머스)라는 정체성과 자칫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턱대고 배송 범위를 넓히면 익일 새벽 도착과 식품 신선도 유지 철칙이 무너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샛별배송을 제공한 이유다.
컬리는 연합전선으로 배송 확대 돌파구를 찾았다. 수도권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신선식품을 출고하면 CJ대한통운 냉장차량이 주문자 집까지 운송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이 이미 전국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샛별배송을 확장한다.
식자재에 집중했던 취급 상품 수(SKU)에서도 비식품 비중을 늘린다. 2015년 토스터 판매를 시작으로 가전제품과 생필품, 뷰티 제품을 조금씩 늘려 현재 비식품군 비중이 25%다. 추후 숙박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컬리 측은 품목 확대 이유로 "소비자가 원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높은 신선식품만 팔아선 실적 확대에 한계가 있어 성장세 유지를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마켓컬리 SKU는 약 3만 개다. 쿠팡의 SKU는 600만 개에 달한다.
내실 다지기는 언제? "매출 대비 적자 줄고 있다"
컬리의 이런 행보는 조금 비싸더라도 신선도와 품질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수도권으로 한정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초기 형태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특히 가격 경쟁과 서비스 확대는 현재 적자인 경영지표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으로 진행 중인 3,0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 책정된 기업가치는 3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을 때(9,000억 원)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이런 기류에 편승해 흑자전환보다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리기 위한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컬리 관계자는 "적자이긴 하지만 매출 대비 적자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며 "이 감소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나름 고려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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