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비행 역사 다시 쓴 화성탐사 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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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비행 역사 다시 쓴 화성탐사 로버

입력
2021.04.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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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인제뉴어티가 비행 중 찍은 자신의 그림자. ©NASA


저는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날개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힘센 코뿔소에게 날개를 달아주면 날 수 있을까요? 천만에요! 우리가 날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겁기 때문입니다. 날개와 힘은 그다음 문제지요.

인간은 꿈을 반드시 이루는 생명체입니다. 최대한 가벼운 물질로 밀도를 낮추고, 날개를 달고, 강력한 엔진을 단 비행기를 만들어 마침내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1903년 12월 17일의 일입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만든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그들의 최초의 비행은 장엄했을까요? 첫 번째 비행에서는 12초 동안 36m를 날았습니다. 59초 동안 260m를 비행한 게 이날 최고 기록이었죠. 아무도 이 숫자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늘을 날았다는 사실이니까요.

올해 4월 19일의 일입니다. 헬리콥터가 초속 1m의 속도로 3m까지 상승해서 30초간 정지비행한 후 착륙했습니다. 혹시 이 숫자에 “에계~”라고 반응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환호했습니다. “와! 화성에서 떠올랐다!” 저는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 헬리콥터는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4㎝이고 1.1m짜리 날개가 두 개 달린 작은 드론 같은 것입니다. 당연히 사람도 태우지 못하죠. 단지 두 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을 뿐입니다. 헬리콥터의 이름은 인제뉴어티(Ingenuity, 독창성). 작년 7월 20일에 발사된 아틀라스 V 로켓에 실려 올해 2월 28일에 화성에 안착한 화성 탐사 로버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인내)에 매달려 화성에 왔죠.


인제뉴어티 ©NASA


이 조그마한 헬리콥터 제작에 무려 260억 원이나 들었습니다. 아니, 왜 이리 돈이 많이 들고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환호했을까요? 커다란 새와 비행기가 하늘을 활공하는 이유는 공기가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배가 가라앉지 않고 떠 있는 이유는 물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고요.

인제뉴어티가 비행한 화성에는 공기가 거의 없습니다. 공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지요. 뜨는 게 지구에서보다 100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청나게 가볍게 만들고 로터는 엄청나게 빨리 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인제뉴어티는 기술 혁신의 집합체입니다. 플라이어 1호 비행 성공 후 겨우 120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2021년 4월 19일 정도는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적인 날이니까요. 저는 4·19혁명 61주년 기념일이라고 외우기로 했습니다.

퍼서비어런스 이전에도 화성 탐사 로버는 여러 대가 있었습니다. 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인사이트가 그것이죠, 극한 환경에서도 화성 지질, 내부 구조 그리고 대기 특성을 분석하고 화성에서 물의 흔적과 얼음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지만 모두 이동 속도와 활동 반경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흙에 빠져서 몇 달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태양 발전판에 먼지가 쌓여서 전력이 고갈되기도 했죠.

인제뉴어티는 우주 탐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하루에 세 번씩 비행하면서 로버에게 탐사할 곳을 알려주고 자료를 받아서 지구에 전송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 로버가 갈 수 없는 험하고 먼 곳도 직접 탐사하겠지요. 인제뉴어티의 성공은 라이트 형제의 성공만큼이나 값집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여성 공학자 미미 앙 박사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함께 기뻐합니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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