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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왜 했냐" 허무·황당한 논산 출렁다리 공모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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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왜 했냐" 허무·황당한 논산 출렁다리 공모 수상작

입력
2021.04.27 09:00
수정
2021.04.27 20:10
14면
0 0

'논산탑정호출렁다리'가 1등 수상작 선정돼
"공모전 취지 퇴색", "혈세 낭비" 지적 잇달아
앞서 용산공원 공모도 '용산공원'이 1등해 논란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연합뉴스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연합뉴스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에서 1등 수상작으로 '논산탑정호출렁다리'가 선정되며 '공모전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모집한다'는 공모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과 함께, 세금·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6일까지 나흘간 40개가 넘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시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20일 동안 명칭 제안을 받은 후, 23일 1·2·3등 당선작으로 각각 '논산탑정호출렁다리', '탑정늘빛다리', '탑정호출렁다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논산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당선 결과.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23일 논산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당선 결과.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1·3등 당선작이 지명(논산 또는 탑정호)과 일반명사(출렁다리)의 단순 결합이라는 점에서 공모전 참가자들과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한 누리꾼은 "9년 전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명칭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뽑힌 이름이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였다"며 "그런 말장난 공모전이 여기 또 있었다"고 비난했다.

당선자들의 응모 시간과 '동일 제출작의 경우 먼저 제안된 것만 인정한다'는 문구를 들어 공정성 시비도 일고 있다. "선착순이면 내부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 같다", "세금 돌려 먹기"냐며 '짬짜미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1, 2, 3등 상금은 각각 200만 원, 100만 원, 50만 원인데, 1등 당선작은 공모전 접수 개시 43초 만에, 3등 당선작은 2초 만에 공모해 각각 당선됐다.

논산시 측 "외부 전문가, 시민대표 자문받아 선정"

논산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요강.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논산시청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탑정호 출렁다리 명칭 공모전' 요강.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시는 그러나 외부 전문가 및 시민대표에게 자문해 총 3,544건(무효 처리 제외 건수)을 3차에 걸쳐 엄격하게 심사했다는 입장이다.

논산시 한 관계자는 "전문가 그룹에서 논산 외 다른 지역 관광객 유치를 하는 등 홍보 효과를 높이려면, 지명(논산, 탑정호)과 함께 다리의 특성(출렁다리)에 관한 정보를 주는 명칭이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시민대표 중 청소년 그룹에서 창의적이고 신세대 용어가 들어간 명칭을 선호했지만, 토론을 한 뒤에 결국 3개가 선정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 규정과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심사위원 명단은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 2, 3등 모두 거주지가 논산시민이 아닌 것으로 파악돼 내부 정보를 빼내 응모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결과 발표가 일주일가량 늦어진 것은 예상을 넘어서는 응모건수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고, 선정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발표 당일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으나, 결과 번복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 명칭을 쓸지 안 쓸지는 검토를 해 봐야 한다"며 여지를 뒀다.

'용산공원 명칭 공모전'서도 '용산공원'이 1등

앞서 '용산공원 네이밍 공모전'에서 '용산공원'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용산공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용산공원 네이밍 공모전'에서 '용산공원'이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됐다. 용산공원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탑정호 출렁다리뿐만 아니라 공모전 때마다 결국 원래 쓰던 이름이 1등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럴 거면 공모전은 왜 하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된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외에도 1월엔 용산공원 이름 공모전이 논란이 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공모전이었는데, 9,401건의 시민 제안 중 결국 '용산공원'이 뽑혔기 때문이다.

당시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는 "기존 명칭인 용산공원은 10년 넘게 사용돼 국민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그 대상이 떠올려진다는 강점이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존에 불리던 이름을 쓸 거면 굳이 1,000만 원이 넘는 혈세를 쓸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탑정호 출렁다리 공모전'에 항의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논산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탑정호 출렁다리 공모전'에 항의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이번 탑정호 출렁다리도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 불붙는 모양새다. 논산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담당부서의 답변을 들었지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서 해당 수상작을 선정했다면 공모전은 (처음부터) 목적과 취지가 퇴색한 상태로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최종 승인한 분이 있을 텐데 승인권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과 검토 없이 승인을 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고민 없이 서명으로 승인만 했다면 최종 승인권자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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