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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에 이어 코인까지 "과세 미루자"... 표에 따라 춤추는 조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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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에 이어 코인까지 "과세 미루자"... 표에 따라 춤추는 조세정책

입력
2021.04.2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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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법 통과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민주당 일각서 가상화폐 과세 '신중론' 고개
부동산 보유세, 주식 양도소득도 표에 휘둘려
"정치 논리 따라 정책... 정부도 시대변화 못 읽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가상화폐 과세 연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부터 최근 부동산 보유세,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국회·정부가 직접 결정한 사안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이 논리와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흔들리면서 국가 경제와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4개월 전 법 통과시켜 놓고... "가상화폐 과세 미루자?"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선 가상화폐 과세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벌어들인 25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금을 걷을 계획인데, 당내 일각에서 과세 시점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양향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준비 없이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라며 "모든 것을 준비하기에는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썼다.

여당이 가상화폐 과세에 제동을 거려는 것은 최근 20, 30대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라며 '9월 거래소 폐쇄설'을 언급한 게 더욱 불을 지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고 "비트코인 좀 그만 건드리라"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해서도 "공제금액을 증액해주고 과세 적용 기간을 더 미뤄주세요" "(주식과) 차별하지 마세요" 등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가상화폐 과세가 담긴 세법 개정안은 정부 발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1월 과세 시점도 국회가 당초 정부안인 올해 10월 과세를 내년 1월로 미룬 것이다. 여론이 나쁘다는 이유로 부과 시점을 또 미룬다면 스스로의 결정을 4개월 만에 뒤바꾸는 것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해외 주요국의 과세 사례, 주식 등 다른 소득과의 형평 등을 고려했을 때 과세가 필요하다는 데 정치권도 동의했었다"며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과세 정책이 여론악화를 이유로 기준 없이 바뀌게 되면, 과세 정당성이나 정의 측면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부세 기준 상향, 주식 양도세도 하루아침에 '딴소리'

최근 종합부동산세 기준 상향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도 하루아침에 '말이 바뀐' 정책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을 최고 6%로 끌어올리는 등 보유세 강화에 나섰다. 다주택자 세 부담을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당시에도 1주택자의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부동산 정책이 원흉으로 지목받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미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고,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는 종부세·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 압박에 정부 기류도 바뀌는 분위기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종부세 기준 상향을) 검토할 여지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을 들어 짚어보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가운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백신 수급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홍남기(가운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백신 수급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미 여당의 정치 논리에 떠밀려 뒤바뀐 사례도 있다. 지난해 전면적으로 개편된 주식 양도소득세(3억 원 이하 20%·3억 원 초과 25%)가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애초 2023년부터 국내 상장 주식으로 2,000만 원 이상을 벌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달 만에 공제범위를 5,0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수년 전 예고됐던 사항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기도 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지난 2017년 세법 개정 때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2018년 15억 원 △2020년 10억 원 △2021년 3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여당이 압박하자, 정부는 올해 대주주 기준도 1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선회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조세원칙은 어디에... "선거 이유로 정책 바꿔"

전문가들은 이같이 국회·정부가 직접 마련한 경제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수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한다. 민의를 받아들이고 문제가 있는 제도를 수정하는 건 당연한 절차지만, 정치 논리에 따르다 보면 원칙 없는 정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 원칙이 아닌 일반적인 여론을 중심으로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이는 경제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불안정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처음부터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교수는 "애초에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갖지 못한 채 민의와 다른 방향으로 나간 측면도 있다"면서 "정부가 시대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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