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 늘면서 불법운행·사고 급증 추세?
무인 단속 어려운 번호판 장착 구조도 한몫
경찰 "과태료 증액·번호판 체계 개편 검토"
지난 25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역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던 유모차가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에 들이받혀 넘어졌다. 유모차에 타고 있던 A(3)양은 얼굴 부위를 다쳤다. 오토바이 운전자 B(24)씨는 친척의 배달용 오토바이를 빌려 타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B씨는 경찰에서 "시속 40~50㎞ 속도로 달리다가 신호가 빨간불인 것을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 21일에는 전북 익산시 영등동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와 길을 건너던 보행자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보행자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도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직진 중이던 택시를 옆에서 들이받았다. 크게 다친 5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이틀 만인 9일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음식, 생활용품 등 배달 대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의 교통사고와 법규 위반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은 비대면 단속 강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 체감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2018년 1만7,611건에서 지난해 2만1,258건으로 20.7% 늘었다.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같은 기간 2만1,621명에서 2만7,348명으로 26.4% 급증했다. 사망자는 2018년 537명에서 2019년 498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25명으로 다시 늘었다. 특히 배달 종사자의 사망 비율이 높아, 서울의 경우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63명 중 24명(37%)이 배달 종사자였다.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도 크게 늘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 건수는 23만2,923건으로, 2019년 15만7,463건 대비 47.9%가 급증했다. 법규 위반자 연령대를 보면 배달 종사자가 많은 20~40대에서 집중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경찰은 실적을 올리기 위한 배달 종사자의 무리한 운행이 오토바이 사고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단속 강화와 함께 배달 대행 업체 및 종사자에 대한 교육·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앞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 특성상 고정식 단속 카메라가 아닌 캠코더를 이용해 단속해야 하는 등 한계 때문에 신호 위반, 과속, 일방통행로 역주행, 인도 주행 등 위험천만한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배달 대행 건수의 급격한 증가를 오토바이 사고 빈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는다. 한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배달 대행 건수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배달 종사자가 부족한 가운데 플랫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종사자 관리가 힘들어진 것도 오토바이 사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단속 기법 고도화, 과태료 증액 등을 통해 오토바이 불법 운행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인단속기 첨단화와 이륜차 중앙선 침범 등에 대한 과태료 조정 논의 등을 진행 중"이라며 "이륜차에 대한 신고·정비·검사·폐차 등 종합적인 관리체계 마련, 번호판 시인성(눈에 쉽게 띄는 성질) 향상을 위한 번호판 체계 개편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