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친노(노무현) 표심 잡기’에 나섰다. 당의 전통 지지층이 많은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총리 출신' 등 닮은꼴인 두 사람이 본격 대선 행보에 앞서 '적통'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봉하행… 'DJ·친노·친문' 부각
정 전 총리는 2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만났다.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지친 마음 함께 기댈 수 있는 어깨 내어 주는 공감의 정치, 분열을 연대로 만드는 통합 정치의 실현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믿는다. 노무현처럼 일하겠다"고 적었다. 이처럼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면서 친노, 친문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 16일 총리 사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95년 DJ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당 의장(대표)와 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DJ→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통'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행보와 정치 궤적도 비슷하다. 최근 비공개 전국 순회에 나선 그는 23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전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당신이 추구하셨던 균형 발전과 사람 사는 세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라고 적어 노 전 대통령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DJ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1~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 발탁된 후 '최장수 총리'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민생 챙기며 '대선 행보' 예열
최근 민생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정 전 총리는 26일 부산상공회의소 방문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영·호남, 충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한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다. 이 전 대표도 지난 15일부터 비공개로 민생 현장을 찾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경북, 강원, 부산·경남을 부지런히 돌며 청년 농부, 장애인, 독거 노인 등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경청했다.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맞상대하기 위해선 지지율 반등이 절실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의 행보가 탄력을 받으려면 '지지율 5%'의 벽을 넘어야 하고, 이 전 대표는 사면 제안과 재·보선 참패로 추락한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할 대선 행보에서 두 사람의 '적통 경쟁' 결과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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