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이익 독식·변칙 증여 탈세 30명 세무조사
미공개 정보 이용·사업기회 제공 등 부당 지원도
가구당 평균 자산 3,127억 원… 대기업 관계자도 포함
# 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자녀들에게 비상장법인 주식 100%를 넘긴 뒤, 채 2년도 되지 않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의 절반 가격에 자녀 회사에 넘겼다. 이미 가격이 급등하고 있던 땅이었던 만큼, 자녀들의 시세 차익도 수백억 원대에 달했다.
A씨는 땅을 넘기면서 손해를 본 것처럼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줄였고, 땅을 싸게 산 A씨의 자녀들도 사실상 증여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하지만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의 가족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의 이익이나 자산을 부당한 방법으로 사유화하거나,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편법으로 대물림하는 등 편법을 일삼는 '사주'들이 국세청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됐다.
이들은 이미 자산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데도 추가로 부를 쌓고, 이를 대물림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자산 총액 5조 원이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관계자도 포함됐다.
이익 독식·변칙 증여 등 30명 세무조사
국세청은 A씨 일가처럼 재산을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쓰고, 이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자산가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의 고액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한 ‘이익 독식’ 15명, 불공정한 방식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거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를 대물림한 ‘변칙 증여’ 11명, 기업 자금을 유용해 사치를 부리거나 도박을 하는 등 ‘사회 물의’를 일으킨 4명 등이다.
조사 대상자와 가족들의 재산은 평균 3,127억 원, 이들의 연 소득은 근로자 평균 급여(3,744만 원)의 35배인 13억 원에 달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일부 기업 사주는 방만 경영을 일삼으며 ‘이익은 사유화’하고 ‘책임만 사회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조사 착수 배경을 밝혔다.
조사 대상자 평균 재산·소득단위 : 원
가구당 재산 | 1인당 소득 | |||||
---|---|---|---|---|---|---|
합계 | 금융 | 부동산 | 주식 | 근로소득 | 퇴직소득 | |
재산 | 3,127억 | 45억 | 131억 | 2,951억 | 13억 | 87억 |
미공개 정보 넘기고, 초등학생 손자 회사 부당 지원도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과도하게 많은 급여와 퇴직금을 받은 B사 사주 일가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70대 후반인 창업주(사주의 아버지)는 다른 공동대표와 달리 퇴직 직전에 급여를 큰 폭으로 올린 뒤, 이를 기준으로 수백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들은 사주 자녀의 회사에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 경영지원료를 과도하게 적게 받기도 했다.
노 국장은 “사주 일가들은 유사한 직위에 있는 다른 핵심 임원들보다 10배 이상의 급여를 받고, 영업이익이 급감한 시기에도 급여를 올려 받았다”며 “법인의 이익에서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 다른 임원과 비교, 동종업계 임원 보수 등을 살펴 부당한 고액 급여 여부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아파트 신축 직전 시행사의 지분을 초등학생인 손자에게 넘긴 뒤, 다른 건설 계열사를 통해 편법으로 지원한 C사의 사주 일가를 적발해 수십억 원대 증여세와 법인세를 추징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를 대물림하는 과정에서의 탈세는 과거 조사에서도 다수 적발된 바 있다"며 "이번 조사에도 부동산 개발 예정 부지, 사업권을 무상으로 이전한 뒤 이익을 편법 증여하고, 상장이나 신제품 개발 등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사례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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