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피아노?리사이틀 투어하며?하이든·베토벤 소나타 등 연주
"관객들에게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음악을 처음 사랑하게 됐을 때 옆에 있었던 악기를 통해 지휘자로서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서 공연을 앞둔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공연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경기도(24ㆍ27일)와 광주, 서울(28ㆍ30일)에서 리사이틀 투어에 돌입한다. 정명훈은 "코로나19로 공연의 90%가 취소되면서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레코드 프로듀서인 둘째 아들의 권유로 앨범을 녹음하긴 했지만, 공연까지 열 줄은 몰랐다"며 "진짜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이날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리사이틀 프로그램 곡의 일부를 앨범으로 발매했다.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는 7년 만이다. 공연 연주곡은 하이든(소나타 60번)과 베토벤(소나타 30번), 브람스(4개의 피아노소품 Op.119ㆍ3개의 간주곡 Op.117)의 후기 작품들이다. 정명훈은 "하이든은 가장 어렸을 때부터 쳤던 작곡가이고, 베토벤은 가장 큰 거인이어서 뺄 수가 없었으며, 나이가 들며 브람스가 쓴 작고 조용한 곡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기작들로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천재 작곡가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비슷한 나이가 되면서 젊었을 적엔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차기 앨범(공연)에 대한 힌트도 남겼다. 그는 "첫 앨범은 아이들을 위해, 두번째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을 했으니 세번째는 아내를 위해 연주해보고 싶다"며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하나 있다"고 했다. 말을 마친 정명훈은 기자간담회장에 마련된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며 슈만의 '판타지'를 쳤다.
한편 정명훈은 예술감독 자리가 공석인 일부 국내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명훈은 "상임지휘자가 되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이제는 그럴 자신이 없다"며 "프로 음악가로서의 자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2000~2015년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2006~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를 끝으로 상임지휘자로서 활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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