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계가 더 좋아요. 하지만 우승 시계라면…”
21일 잠실 LG-KIA전에서 조금 색다른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LG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7)가 4-3으로 앞선 7회말 쐐기 3점홈런을 터뜨린 뒤 팔뚝을 잡고 돌리며 시계를 차는 듯한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LG는 이날 라모스의 홈런을 앞세워 KIA를 7-3으로 제압하고 공동 선두를 지켰다. 유지현 LG 감독도 “라모스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라모스는 “동료들과 함께 오늘부터 ‘롤렉스 세리머니’를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단 사무실 금고에 롤렉스 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롤렉스 시계는 LG 선수단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위해 1998년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한국시리즈 MVP 선수의 부상으로 내걸었다. LG는 그러나 1994년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롤렉스는 여전히 금고에 있는 상태다.
라모스는 그러나 개인적인 롤렉스 시계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난 21세기에 살고 있다. 지금은 롤렉스를 갖고 싶지도, 사고 싶지도 않다. 실제로 스마트워치를 사용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MVP가 돼 롤렉스 시계를 차고 싶다”라며 웃었다.
이날 라모스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가 4번째 타석에서는 장갑을 벗고 타격을 하더니 134m 짜리 대형 홈런을 만들었다. 라모스는 지난해에도 가끔 맨손으로 타석에 임했다. 그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장갑을 벗는다. 평소 배팅 훈련 때도 맨손으로 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색한 느낌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라모스는 지난해 타율 0.278로 평범했지만 홈런을 38개나 생산(장타율 0.592)하며 ‘한방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2년차인 올해는 타율 0.250에 홈런 2개, 장타율 0.417로 시즌 초반 다소 주춤하다. 라모스는 “시즌 초반이지만 우리는 선두권에 있을 정도로 좋은 팀”이라며 “지난 시즌 KBO리그 경험은 남은 시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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