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억'이 다른 작품들을 꺾고 높은 예매율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를 '서예지 효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서예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이어지면서 대중이 '내일의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출연 배우들이 논란에 휩싸였던 이전의 많은 영화들이 흥행 실패의 길을 걸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서예지 관련 논란이 '내일의 기억'의 인기에 도움을 줬다고 말하긴 어려워보인다.
그렇다면 '내일의 기억'은 어떻게 화제의 중심에 섰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상영 중인 경쟁작들의 장르와 개봉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1일 오후 8시 5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일의 기억'은 28.5%로 실시간 예매율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예매율 40.1%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다. 3위 '서복'은 예매율 5.8%로 '내일의 기억'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4위는 예매율 3.3%인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이다.
1위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4위인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이다. 두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이 높은 상황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특수한 상황 덕에 '내일의 기억'은 영화관 '빈집털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쟁쟁한 경쟁작인 '서복'은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인데다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서도 공개돼 관객이 분산됐다.
물론 '빈집털이'만으로 영화의 인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흥행 꽃길을 걷기 위해서는 신선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내일의 기억'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내일의 기억'은 기억을 잃고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수진(서예지)이 혼란스러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 지훈(김강우)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예정된 미래 속의 남편이 살인자라는 설정이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를 자극한다.
김강우는 앞서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에서 아내를 살해한 후 완전 범죄를 계획한 진한 역을 맡아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스릴러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만큼 '내일의 기억' 역시 자연스레 관객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내일의 기억'을 향한 관객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중 하나가 입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역시 '내일의 기억'의 인기에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CGV 실관람평 페이지에서는 '내일의 기억'에 대해 "재밌게 봤다" "반전이 있는 영화다" "보길 잘했다"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페이지에서도 영화의 내용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예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된 비판글도 있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내일의 기억'의 흥행 청신호는 탄탄한 스토리와 실력 있는 배우들 그리고 '빈집털이'가 가능해진 특수한 상황이라는 행운을 만나 이뤄낸 결과다. '서예지 효과'라는 말로 '내일의 기억'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예지가 출연한 영화가 궁금해 99분의 러닝타임 동안 마스크를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극장을 찾는 이들은 극히 적을 듯하다.
21일 김강우는 자신의 SNS에 "영화 '내일의 기억' 오늘 개봉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웃을 수 있기를"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댓글로 네티즌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일의 기억'이 김강우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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