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독설을 날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김 전 위원장의 비판은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며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로 향했다. 김 전 위원장의 분노는 주 대표 대행에 대한 노기 때문이라는 게 당내 인사들의 전언이다.
21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과 주 대표대행의 갈등이 촉발된 건 선거 다음 날인 8일 비대위 회의에서다.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 일부 비대위원들은 "위원장님 떠나시면 안 된다. 다시 돌아와서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 대표대행은 "위원장님이 다시 돌아오시는 수고로움이 없도록 우리가 잘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 대표대행의 발언은 언뜻 보면 '당을 쇄신해 비대위 체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김 위원장은 '이쯤에서 물러나 달라'는 뜻으로 해석한 게 갈등의 씨앗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지자 주 대표대행은 "당 상임고문을 맡아 달라"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난 그런 자리 맡을 생각도, 관심도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고 한다.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승리 직후 '뒷방으로 물러나라'는 뉘앙스의 발언에 적잖은 실망을 했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거절했음에도 주 대표대행은 이튿날 언론에 상임고문 제안 사실을 공개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6월 '김종인 체제' 출범 이후 계속된 김 전 위원장과 당내 중진급 인사들과의 기싸움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기간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을 내세워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과 달리 중진급 인사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물밑에서 지원했다. 단일화 경선 전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단일화 걸림돌'로 규정한 게 대표적 장면이었다.
상임고문 제안도 반 (反) 김종인 인사들이 논의해 내놓은 결론이라는 설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당 밖에서 제3지대를 거론하면 당이 흔들릴 수 있으니, 당 안에 자리를 만들 주자'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간파한 김 전 위원장이 미련 없이당을 떠났고, 이후 국민의힘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는 게 당내에서 오르내리는 사건의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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