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외국인 관광 전용공간
입국 절차 없이 면세점 쇼핑·공연...
"공항 인근 비즈니스 시설" 의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착륙 해외 관광비행’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무입국 관광’이 추진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되, 공항 입국심사대를 넘지 않고 여객터미널 보안구역(에어사이드)에서 면세점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여행이다.
21일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2터미널과 분리된 탑승동을 통째로 비워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우수 국가 간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인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권역)'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인천공항에 내리게 해 면세 쇼핑, 환승 투어, 공연 관람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과 함께 세계적으로 트래블 버블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한국은 언제 빗장을 풀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간 구축한 항공노선 자체가 중국과 일본으로 한 번에 넘어갈 수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공항은 52개국 173개 도시와 직항으로 통한다. 인천공항공사도 항공·여행업계의 이 같은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변이 바이러스 등 해외 유입 확진자가 적지 않아 국경 방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전용 공간이 확보되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무착륙 외국관광객의 동선을 다른 여행객들과 분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이들 통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도 항공 수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인천공항 이용 여객은 2019년 동기의 3% 수준으로, 공항공사는 물론 면세점업계도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특히, 관광업계는 무입국 비행객 전용 존이 자리를 잡으면 공항 인근이나 수도권에 일반인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전용 관광코스를 만들거나 공항 주변 호텔 등지를 안전구역으로 지정, 비즈니스·관광·환승 수요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칭 ‘버블 트래블 존'이다. 실제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지난달 공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비즈니스 방문객 전용 시설인 ‘커넥트 엣 창이(Connect @ Changi)’를 열고 각국의 기업인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객실 150개와 회의실 40개 등 호텔급 시설을 갖춘 이 곳에선 체류 기간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경우 14일간 격리 없이 사업 파트너와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백신 접종이 늦어 다른 나라 항공·관광업계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관련 안전도가 높은 국가에 대해선 선별적인 개방을 검토하는 등 유연한 방역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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