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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의 생존법

입력
2021.04.21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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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이한호 기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이한호 기자



히스토리(History)와 헤리티지(Heritage)는 언뜻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경중을 따지기 모호한 용어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유산(World Heritage)이 제격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후대까지 전할 가치가 있어 선대(전 세계)가 보호해야 할 인류의 유·무형적 문화 자산을 말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관광객 및 수입 증가 외에도 등재 지역의 자긍심 고취로 세계유산을 보존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브랜딩에서 히스토리는 브랜드의 주요 행보로 시간의 경과에 따른다. 헤리티지는 그중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처럼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는 가치가 있어 유산으로 남길 만한 것을 뜻한다. 정리하면, 히스토리 중 일부만이 브랜드 헤리티지가 될 수 있고 이는 제품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거나 기억에 남거나 가풍처럼 내부적으로 전승되는 것들이란 말이다.

요즘 복고 트렌드가 시장의 주류라 브랜드 히스토리를 들춰보며 어떻게든 대중이 열광할 만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껴맞추거나 쥐어짜야만 하는 브랜드가 꽤 있을 것이다. ‘히스토리는 내가 할게! 헤리티지는 누가 할래?’처럼 어불성설(語不成說)의 상황이라면, 유·무형의 탄탄한 헤리티지를 보유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구세대와 신세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자.

첫째, 럭셔리는 신세대가 열광할 만한 헤리티지 제품(유형)의 마케팅은 철저히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춘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는 "에르메스는 뉴욕의 팝업스토어에 노래방 오픈을, 루이비통은 1980년대 배경의 온라인 게임 출시를, 샤넬은 칼 라거펠트가 패션쇼를 준비하는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들 브랜드의 오랜 고객들에게는 의아한 행보이나 미래 고객들에게는 친근하고 신선하다.

둘째, 구세대는 럭셔리 헤리티지(무형)를 현명하게 전승해야 한다. 구찌는 딸을 상속에서 제외하는 등 가족 불화와 유산 전쟁으로 지분이 기업에 넘어갔다. 에르메스는 상속을 위해 사위들을 불러들여 십 수년간 에르메스에 대해 가르친 후 물려줬다. 지분은 가족 간 거래만 가능케 해서 기업이 브랜드에 개입할 수 없도록 했다.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164년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흑인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를 영입하여 브랜드에 젊은 감성을 더했다.

이에 대해 세종대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융합전공의 정재윤 주임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국가 및 사회 변화에 따른 경제 상황은 과거의 범용적 개념과 경제적 가치성이 혼합된 럭셔리 브랜드의 개념으로 파생되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개념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과거의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의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진화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연합인 프랑스의 코미테 콜베르(Comite Colbert), 이탈리아의 알타감마(Altagamma), 영국의 월폴 브리티시 럭셔리 (Walpole British Luxury) 등은 차별화 방법으로 자국의 ‘전통과 혁신’이라는 공통된 주요 가치를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시장은 실전이다. 시장의 변화에 대비하는 자만이 승자가 된다!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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