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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원정' 문 대통령 방미... 요구할 건 많은데 줄 게 없다

입력
2021.04.2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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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다음 달 하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협력 등 한미 간 현안에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19일 수석·보좌관 회의)고 밝히며 사실상 '백신 외교'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다.

외교부는 한미 간 '백신 스와프' 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주고받기'가 기본인 외교에서 미국의 백신 제공을 유인할 만한 '지렛대'가 마땅치 않은 탓이다.

'백신 스와프' 협의 속 확답 없는 美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부가 백신 스와프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측과 협의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며 최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협의한 사실도 소개했다.

백신 스와프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화 스와프처럼, 백신을 빌려주고 나중에 되갚는 '호혜적 교환'을 뜻한다. 현재 백신이 부족한 한국이 여유 분을 확보한 미국으로부터 '백신 차관'을 받는 셈이다. 미국은 올해 안으로 되갚는 것을 전제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50만 회분과 150만 회분을 제공키로 했다. 미국은 AZ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을 하지 않은 채 비축만 하고 있다.

다만 국내 여론상 희귀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AZ가 아닌 메신저RNA(mRNA) 계열인 화이자와 모더나를 확보해야 성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 등 의료물품과 백신을 교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정부의 백신 스와프 제안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미국도 올해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미국 측이) 백신 분량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日과 달리 '백신 공급' 지렛대 마땅치 않아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내줄 게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5~18일 미국 방문 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백신 추가 공급 약속을 받아낸 전례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스가 총리는 1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반도체 공급망, 5세대(5G) 네트워크 등 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포괄적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국의 '중국 압박' 기조에 일일이 호응한 것이 백신 공급 약속의 지렛대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도 미국에서 백신 공급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백신 공급 외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대응 공조 등 미국에 아쉬운 요청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클린네트워크 등 미국이 이끄는 반중(反中) 기술 연대에 대한 지지는 있어야 미국이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장관은 외통위에서 스가 총리의 백신 확보를 의식한 듯 "일본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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